[횡설수설/권순택]변호사시험법안 부결 파동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 그제 18대 국회 본회의 법안 부결 1호로 기록됐다. 재석 의원 218명의 표결 결과는 찬성 78, 반대 100, 기권 40표였다.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 132명 가운데 찬성은 54명뿐이었고 반대와 기권이 78명이나 됐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표결을 앞두고 당 의원총회에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당론(黨論)으로 찬성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기득권에 집착하는 변호사들의 로비가 통했다’거나 ‘전국 시도 중 유일하게 로스쿨이 없는 경남지역 의원들이 반대에 가세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여당이 소속 의원들조차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부실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데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속도전이 빚은 정부 여당의 불협화음과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김정권 원내대변인은 “우리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판단하고 구체적으로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는 입장”이라고 변명했지만 손발이 맞지 않는 정부 여당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 준 파동이다.

▷핵심 쟁점은 변호사시험 응시횟수를 5년 내 3회로 제한한 것과 로스쿨 출신만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도록 제한한 것이다. 응시자격을 로스쿨 출신으로만 제한한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에서는 로스쿨 출신이 아니라도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다. 미국에선 로스쿨 출신에게만 응시자격을 주지만 학비가 저렴한 온라인 로스쿨도 있다. 우리도 연간 1500만 원대에 이르는 로스쿨 등록금을 내기 어려운 가난한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연구해 봐야 할 것이다.

▷로스쿨 제도 도입은 김영삼 정부 때 검토되기 시작해 2007년 17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이뤄졌다. 문제점이 많은 법안이라면 의원들이 다수결로 부결시킨 것을 나쁘게만 볼 수도 없다. 이런 법안을 놓고 당론 투표를 강요하는 것도 구태다. 그나저나 1기 로스쿨 개원이 3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변호사 시험과목과 절차 및 응시자격을 규정한 법안이 저 모양이 돼 혼란스럽다. 로스쿨의 취지는 살리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급히 나와야 하지만 사공도 많아 잘될지 의문이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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