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데이비드 브룩스]경제공포 확산시키는 ‘미국병’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5분


1990년부터 2007년에 이르는 동안 미국인의 전체 모기지론(주택을 담보로 한 금융권 대출)은 2조5000억 달러에서 10조5000억 달러로 늘었다. 이는 지난해 터진 거품경제의 한 원인이 됐고 연방 정부는 충격을 줄이려고 이런 개인 빚을 공공부채로 전환했다.

지난해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정부지출을 1조7000억 달러가량 늘렸다. 또 빚보증과 투자 등으로 8조 달러를 썼다. 올해 들어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경기부양책에 8000억 달러를, 2차 금융구제책으로 1조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또 건강보험 개혁과 기타 부양책을 위해 1조 달러를 더 할당했다.

미국인들은 대체로 이런 움직임을 환영했다. 프랑스의 정치학자이자 역사가인 알렉시스 토크빌은 그의 대표작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근심에 휩싸인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다음처럼 서술했다. “공공의 안정을 향한 바람은 맹목으로 변하고, 시민들은 질서에 지나치게 몰두하기 쉽다.”

평상시 미국인은 연방정부의 예산 규모가 두세 배 느는 것에 의구심을 나타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 속에 이런 의구심은 사라져 버렸다.

오바마 정부는 대부분 온건파로 채워져 있다. 진보주의자들은 온건개혁파가 열의가 없다고 비난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장기적인 정부지출을 옹호해 왔다. 그는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의 능력을 확신했다. 그는 다양한 모델과 예측을 기반으로 주장을 펼쳐 왔다.

정책 당국자들은 정책적 수단을 사용할 줄은 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방법을 모른다. 이게 문제다.

이번 위기는 경제위기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심리적 위기이다. 이번 위기는 두려움과 불확실성으로부터 시작됐다. 소비자는 지출을, 은행은 대출을 줄였다. 기업가는 위험을 무릅쓰려 하지 않았다.

제아무리 연방정부가 돈을 써도 이런 심리는 바꾸지 못할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직도 첨예하게 남아 있다.

더욱 본질적인 것은 미국 사회의 변화다. 미국인은 신뢰가 높은 사회에서 신뢰가 낮은 사회로, 낙관주의 사회에서 불길한 예언의 사회로 옮겨갔다. 이런 세계에서 투자자들은 위험을 계산할 근거가 없다. 은행도 미래 자산가치를 측정할 방도가 없다.

인지 과학자들은 일상적인 상황과 극단적인 불확실성 아래서의 결정이 서로 다르다고 말한다. 경제학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은 이런 어둠을 꿰뚫어볼 길이 없다. 그들의 분석은 사람들이 이성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서로 비슷하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그들의 모델은 안정된 사회에서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불안정한 시대에 사람들의 행동은 튀고 예측을 벗어난다.

오바마 대통령의 350만 개 일자리 창출 약속은 지금 거짓말이 되는 듯하다. 또 그가 이전에 보여 줬던 확신은 점점 헛된 망상이 되는 듯하다.

불확실성 해소는 고사하고 급증하는 적자로 더 많은 공포가 생기고 있다. 미국은 허리케인이나 외국발 위기에 새로운 구제책을 벌일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의회는 가장 나쁜 본능적 조치, 즉 무역장벽을 세워 망할 기업들을 지탱하는 데 골몰해 있다. 학자들이 1970년대 ‘영국병’과 유사한 ‘미국병’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국가는 원래 인간의 행동을 원시(原始)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경제적 모델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미국인들은 스스로를 자책하는 대신에 정책입안자와 전문가들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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