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전의 조선시대를 살펴보자.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황사현상이 양력 4월쯤 가장 잦았고 그 다음이 5월, 3월 순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최근 1915년 이후 100년간의 서울, 목포, 부산, 대구의 황사기록을 보아도 똑같은 순서였다. 그런데 최근 3년 동안 3월에도 4월 못지않게 황사현상이 자주 있었고 심지어는 첫 황사가 3년 내내 2월에 우리나라를 덮쳤다. 더구나 올해에는 2월에 벌써 황사주의보, 황사경보가 전국에 발령되었을 정도니 황사가 점점 더 빨리 찾아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동북아시아의 겨울이 따뜻해져 눈이 적게 내리고, 이어지는 봄철 역시 가물어서 비도 적게 내리고 기온이 높아지면 황사의 고향인 몽골과 중국의 건조지역에서는 흙먼지가 아주 쉽게 떠오른다. 바람의 세기가 같더라도 젖어 있는 흙보다는 바싹 마른 땅에서 더 쉽게 더 많은 흙먼지가 날아오르기 때문이다.
황사가 빨리 찾아오고 잦아지는 것은 동북아시아의 가뭄이 심해 땅이 바싹 말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마다 서울 면적의 2배가 넘는 넓은 땅이 사막으로 바뀌는 ‘사막화’가 가속되면서 한반도의 3배가 넘는 기존 황사 발원지가 더 점점 넓어지고 있다. 2002년 3월과 4월 황사경보 수준의 짙은 황사가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를 덮었을 때, 황사가 새로 생겨난 훈산다커(渾善達克) 사막에서 발원한 것이었음을 떠올려보면 네이멍구(內蒙古) 고원의 동남부 쪽으로 사막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만주 평원의 드넓은 옥수수 밭에서 추수가 끝나고 겨울이 되면 옥수수 뿌리만 땅속에 박혀 있게 되고, 사람들이 이 뿌리를 난방용 땔감으로 뽑아 쓰면서 이 밭도 단숨에 사막으로 바뀌어 버린다. 한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황사 발원지인 만주에서 황사가 우리나라로 단숨에 날아오는 것이다.
그런데 황사가 많을 것인가 또는 적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기온과 강수량, 사막화된 땅의 면적뿐만이 아니다. 황사를 정량적으로 예측하기 위해선 반드시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하지만 황사의 고향인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있을 바람을 몇 달 전에, 아니 몇십 일 전에라도 잘 알아맞히는 것은 현재의 과학으로는 불가능하다.
기상청은 가능한 한도 내에서 정량적인 황사예보를 위해 2002년 4월부터 ‘황사특보제’를 제공하고 있다. 대기과학에서 이제껏 밝혀 놓은 물리법칙을 표현한 방정식들을 슈퍼컴퓨터로 계산하고, 과거 통계값으로 황사의 출현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진단한 결과다.
솔직히 말하면 겨울이 끝날 즈음, 즉 몇 달 전에 5월까지 있을 봄철의 황사 빈도와 강도를 예보하는 것은 맞을 확률보다 틀릴 확률이 더 크다. 기상청은 그 불확실성을 보완하기 위해 최신 기상 및 대기질 정보를 보태고 다시 계산해 매일 12시간마다 황사 농도값을 새롭게 다듬어 내놓는다. 이와 함께 이웃 나라인 몽골과 중국, 북한 일본의 기상전문가와 현지 실황 정보를 교환하고 우주에 떠 있는 기상위성에서 관측한 정보를 참고해 우리나라에서 나타날 황사의 농도를 예측하고 있다.
변덕쟁이인 봄바람을 타고 날아올 흙먼지 가루가 언제 어디로 얼마동안 얼마의 농도로 떨어질지를 따라잡는 일, 수천 km를 날아온 황사가 한반도 어느 동네에 몇 시에 다시 떨어질지 ‘정확히’ 예측하는 일은 언제쯤 이룰 수 있을까. 불쑥불쑥 찾아드는 황사의 방문을 우리는 언제쯤에나 여유 있게 맞이할 수 있을까.
전영신 국립기상연구소 황사연구과 기상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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