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종식 이후 전 세계 지도자들과 지식인들은 종종 미국의 힘이 지나치게 거대화하는 데 대해 불평해 왔다. 그러나 세계는 미국만이 전 세계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
지구촌의 점점 더 많은 사람은 미국 대신 세계를 이끌어갈 대안이 없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중국이든 러시아든 지금까지 미국이 제공해 온 ‘글로벌 공공재’를 대신 공급할 의지도 수단도 없다. 유럽연합은 회원국끼리 의견이 갈려 아직까지 효과적인 경기부양안조차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비록 세계 경제위기가 미국인의 과도한 씀씀이와 잘못된 금융대출 관행에서 비롯됐다고는 하지만 세계는 여전히 달러화에 의지하고 있다. 한국의 원화 가치가 최근 6개월 동안 달러화 대비 40% 넘게 폭락한 것도 안전자산인 달러를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아시아의 금융시스템을 비난했던 미국이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데 대해 분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잘못을 고소하게 여기는 태도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고 있다.
서울에서 한국과 아시아의 많은 지식인, 기자,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이들이 현재의 상황을 정말로 걱정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서구 브랜드가 대단한 힘을 발휘하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내로라하는 금융 브랜드인 씨티그룹이나 AIG마저 휘청대는 모습은 이들에게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주요 교역상대국인 한국은 미국이 세계 무역시스템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는 보호주의로 돌아서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고 있다.
주미 대사를 지낸 이홍구 씨는 “만약 미국이 국수주의, 국가주의에 현혹돼 버리면 다른 모든 국가도 국수주의로 돌아서 버릴 것이고, 이는 곧 전 세계적 경제보호주의가 될 것”이라며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보호주의를 강하게 부정한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른 나라 국민이 얼마나 많은 기대와 희망을 미국에 걸고 있는지, 미국인들은 인식해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미국의 책임과 역할이 비단 경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안보정책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시험대도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날이 갈수록 이성을 잃어가고 있다. 세계 경제위기와 남한의 경제원조 중단으로 궁핍해져 가는 와중에 북한은 대포동2호 발사 실험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대포동2호는 사정거리가 하와이나 알래스카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고 한다.
북한은 2006년에도 미사일 실험을 강행했지만 발사 후 40초 만에 폭발해 버렸다. 만약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다시 발사한다면 미군은 북한의 발사대 자체를 날려버리거나 미사일을 공중요격하는 방안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이 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되며, 북한이 미국 본토에까지 닿을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을 보유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은 이제 국내 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여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현재 미국이 처한 상황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