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한]‘의대 쏠림’ 걱정하는 홍성대 이사장께

  • 입력 2009년 2월 27일 02시 58분


전북 상산고 설립자이신 홍성대 이사장께.

학생들이 의·치·한의대로 몰리는 현실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다는 보도(본보 25일자 A18면)를 봤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퀴리 부인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훌륭한 과학자를 길러내고 싶었지, 의사만 잔뜩 양산하려고 학교를 세운 게 아니다.”

올해 졸업생 335명 중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SKY대’ 진학생만 60.9%(204명)이고, 의·치·한의대 진학률만 26%에 이르는 학교의 설립자께서 이런 걱정을 하신다니 ‘보통 학교’ 선생님들이나 학부모들은 배아파할 법도 합니다.

하지만 이사장님의 고민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저도 의대 졸업 후 이른바 잘나가는(?) 의사의 길을 접었습니다. 주변의 만류가 심했지만 좀 더 넓은 세상에서 부닥쳐 보고 싶었습니다.

저만큼 ‘엉뚱한 길’은 아니지만 의사의 길을 포기한 선후배가 꽤 있습니다. 제약사나 국가 복지기관으로 간 의사도 많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 근무하는 한 후배는 “지금 하는 일은 수백만 명의 국민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것보다 더 큰 만족을 느낀다”고 하더군요.

물론 성심성의껏 환자를 진료하며 의사의 길을 가고 있는 친구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과 얘기하다 보면 고민이 느껴집니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은 때는 더욱 그렇죠.

종합병원에 취직한 한 친구는 환자가 줄자 윗사람 눈치 때문에 일하기가 불편하다고 말합니다. 또 개업한 친구는 환자가 절반 가까이 줄어 한 달에 300만 원도 못 가져간다고 걱정합니다.

어떤 친구는 환자를 끌 수 있는 홍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돈벌이가 되는 비보험 진료과목은 어떤 것이 있는지 저에게 자문하기도 합니다.

매년 배출되는 의사가 3400여 명이나 됩니다. 얼마 되지 않아 포화상태가 될 우려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의사라는 직업을 아직도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안전판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입시가 ‘의대로, 의대로’ 쏠리는 현상이나, 의대 합격생 수가 고등학교 평가의 잣대가 되는 현실도 이 때문이겠죠?

이사장께서는 우수한 인재들의 ‘의대 쏠림’ 현상을 막아보기 위해 여러 가지 궁리를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그 문제의식에 저도 공감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저도 이사장님과 고민을 함께 나눠보고 싶습니다.

이진한 의사·교육생활부 lik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