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긴 해도 학식과 덕망, 권위의 상징이 될 만한 인물이면 금상첨화다.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8개 명문 사립대의 총칭) 대학일수록 그런 기대가 더 높다. 하버드대에선 닐 루덴스타인 전 총장이 기금을 엄청나게 불렸지만 국가적 중대사에 무관심하다는 이유로 비판받았고, 로런스 서머스 전 총장은 여학생 차별적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다. 하버드대는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2007년 서머스 총장의 후임에 여성 역사학자 드루 길핀 파우스트 교수를 선임했다.
▷아이비리그 대학의 하나인 다트머스대(Dartmouth College) 총장에 한국계인 짐 용 김(김용·49)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선출됐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브라운 등 8개 아이비리그 대학 중에서 여성이 총장인 대학은 4개나 되지만 아시아계 총장은 그가 처음이다. 한국인 이민 2세인 그는 뛰어난 실력과 세계보건기구(WHO) 및 남미에서 사회의료 활동을 통해 보여준 봉사정신 등으로 미국 주류사회의 두꺼운 진입장벽을 또 한번 넘어선 것이다.
▷다트머스대는 아이비리그 중에서 가장 규모가 작고 아시아계 학생비율도 13%에 불과하지만 ‘종합대학(university)’이 아닌 ‘칼리지(college)’란 명칭을 고집할 정도로 학부 중심이며 교양교육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이 대학 출신이다. 타임지는 2006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그를 선정하면서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때 그는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퇴계(退溪) 철학을 공부했던 어머니가 항상 ‘사회정의’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회고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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