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접한 정보는 컴퓨터 하드웨어처럼 차곡차곡 저장되지 않는다. 처음엔 뇌의 히포캠퍼스(hippocampus·해마) 조직에 들어가는데, 관련 사안을 떠올릴 때마다 꺼내져 덧칠된 뒤 맨 처음의 내용과 분리돼 대뇌피질로 옮겨진다. 어디서 들었는지, 사실인지도 확실치 않지만 메시지만은 확실히 남는 ‘소스(원천) 기억상실증’이다. 거짓말도 자꾸 들으면 긴가민가 싶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론조사를 가장한 선전이나 세뇌는 그래서 가능하다.
▷같은 달 미디어오늘과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도 “조선 중앙 동아 등 신문이 KBS와 MBC 같은 방송사를 소유하고 방송뉴스까지 하도록 허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문항이 나왔다. ‘방송사를 소유하고 방송뉴스까지 하도록’이라는 설문만 봐도 반대를 유도하려고 애쓴 흔적이 뚜렷하다. 미디어오늘은 MBC노조와 언론노조가 대주주로 있다. 결국 MBC가 방송독점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편파방송도 모자라 편파적 여론조사까지 한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6일 연 ‘개혁 및 법제선진화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이영삼 변호사는 “신문사에 지상파방송의 20%까지 지분소유를 허용한 방송법 개정안대로 규제를 완화해도 영국 독일 규제보다 엄격한 편”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MBC가 여론조작까지 하려는 건 법적으로 공영방송이면서 실은 아무에게도 감독받지 않고 노조 멋대로 하는 ‘꽃보다 좋은 현행구조’를 지키기 위해서다. 거짓방송으로 나라를 뒤흔들고 여론조작으로 국민을 속이는 MBC는 정말 반성도, 자기교정도 불가능한 집단인가.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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