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저축률은 2000년 한 자릿수로 밀리고 이후 4% 안팎을 맴돌더니 작년엔 1%대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커진 씀씀이만큼 가처분소득이 늘어나지 못한 결과다. 늘어난 대출이자와 공적연금 등 피할 수 없는 부담 때문에 살림에 여유가 줄었다. 돈을 벌고 쓰는 행태도 10여 년 사이에 많이 달라졌다. 폭등한 부동산 값과 작년 30조 원에 육박한 사교육비가 주범이다. ‘절약과 저축을 권하던 사회’는 어느새 ‘빚을 권하는 사회’로 바뀌었다. e메일, 휴대전화 문자로 ‘돈을 빌려 쓰라’는 광고가 수시로 들어온다.
▷활발한 소비지출은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만 저축을 하지 못할 정도로 소비가 늘어나고 가계부채가 덩달아 늘어났으니 문제다. 저축이 적으면 외부 충격에 약하다. 저소득층은 소득 감소에도 소비를 줄이지 못하니 가계부 적자가 커지고 파산 위기에 빠진다. 반면에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내부유보를 많이 해 한국의 총저축률(정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의 저축비율)은 30%대를 유지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가계저축률이 10%대인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이 덜하다. 우리도 당장은 힘들더라도 절약과 저축의식을 되살려야 위기에 내성(耐性)을 키울 수 있다. 정부는 저소득 계층의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미국의 개인개발저축예금(IDA), 모든 신생아에게 예금계좌를 개설해주고 18세 때 찾게 해 가정생활과 학업을 계속하게 해주는 영국의 어린이신탁펀드(CTF) 같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저축하는 저소득층에게 장려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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