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샤오촨 중국 런민은행장이 최근 “달러 가치가 불안하면 보유국과 발권국에 모두 이롭지 않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세계 공용의 ‘슈퍼 통화’로 격상시키자고 제의했다. 그는 다음 달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새로운 기축통화’ 도입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의 국제통화체계 개혁 요구는 공식적 명분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뢰도가 떨어진 달러 대신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끌어올려 세계경제에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야심도 깔려 있다.
▷현재 많은 국가의 외환보유액이 달러로 채워진 현실에서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기축통화가 당장 등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다고 달러가 예전처럼 막강한 위력을 계속 발휘하기도 어렵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배리 아이캔그랜 교수는 “달러에서 이탈해도 유로라는 차선책이 있다”면서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바로 상실하지는 않더라도 독점적 지위는 잃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중국의 위안화 부각 노력과 함께 유럽연합(EU)과 일본도 유로화와 엔화의 위상 강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 인도 브라질 호주 역시 새로운 통화질서 필요성에 공감한다.
▷위기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낸다. 국제통화체제도 마찬가지였다. 제2차 세계대전은 고정환율제인 브레턴우즈 체제를 탄생시켰다. ‘닉슨 쇼크’는 과도기적인 스미스소니언 체제를 거쳐 변동환율제를 뼈대로 하는 킹스턴 체제로 이어졌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한국도 ‘기축통화 경쟁시대’에 현명하게 대응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문제에 관심을 쏟을 때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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