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설고 물 선 이역에서 살아가는 교민이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모임을 구성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교민회가 동포의 친목과 현지 정착을 돕기 위해 할 일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NYT는 ‘한국인 둘만 모이면 협회를 만든다’고 꼬집었다. 한인 32만여 명이 사는 뉴욕·뉴저지 지역에 교회를 포함해 1000여 개의 각종 모임이 난립하고 있다. 더욱이 지연 학연이 같은 사람끼리 뭉쳐 음해 비방을 하고 ‘술 사주고 밥 사주는’ 혼탁선거가 벌어진다. 민주화 이전 고국의 선거 양태가 그대로 옮겨온 듯한 선거 풍토 때문에 뜻있는 인사들은 외면을 한다. NYT는 20만 달러에 놀라움을 표시했지만 실제 선거는 그 정도론 ‘턱도 없다’는 게 경험자들의 증언이다.
▷2012년 총선부터 240만 명의 해외 영주권자 및 일시 체류자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일부 정당이 미국 동포사회에 국회의원 비례대표 3석, 일본에는 2석가량 배정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한인회 조직의 감투 경쟁이 더 뜨거워졌다. 정부는 지난해 재외동포재단을 통해 해외 한인단체들의 교류증진(24억 원), 숙원사업(66억 원), 권익신장(6억 원) 등에 모두 170억 원을 지원했다. 향후 지원금 규모와 용처를 둘러싸고 잡음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재미 한인들 중에는 거주 지역의 하원의원 이름은 모르면서 국내 정치판은 빠삭하게 꿰고 있는 사람도 많다. 이러다간 한인 집단 거주지마다 정당별로 쪼개져 반목과 갈등이 악화되지 말란 법이 없다. 정부도 교민사회의 정치꾼들보다는 외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해 한국의 명예를 빛내는 동포에게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국 교민사회의 한인회장 선거 과열은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퇴행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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