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노무현 정권의 도덕적 파탄

  • 입력 2009년 4월 2일 17시 37분


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노무현 정권의 도덕적 파탄'. 권순택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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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임을 공공연히 과시했던 사람입니다. 그런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정치인들에게 아낌없이 돈을 뿌린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노 정권의 청와대 민정수석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도 줄줄이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되는 신세가 되고 있지요.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구속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는 노무현 정권의 정치인과 공직 사회가 얼마나 부패하고 도덕적으로 파탄이 난 상태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참으로 실망을 넘어 절망감마저 듭니다.

더욱 국민을 실망시킨 것은 이번에도 전직 대통령의 친인척이 부패 때문에 사법 처리되는 관행이 깨지지 않았고 심지어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도 불가피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미 '시골에 사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던 형이 수십억 원의 뇌물을 받고 인사와 선거에도 개입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데 이어 조카사위까지 수사 대상에 올라 '가문의 치욕'을 당하고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 모 씨는 지난해 2월 박연차 회장에게서 500만 달러, 당시 환율 기준으로 약 50억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 돈에 대해 "베트남과 필리핀 등 국외투자를 위해 정상적으로 투자받은 돈"이라고 해명했지만 믿기 어렵습니다. 검찰 주변에서는 박 회장이 문제의 500만 달러를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활동을 돕기 위해 줬다고 진술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만큼 앞으로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겁니다.

박 회장 같은 사람이 대통령 주변에 그렇게 엄청난 돈을 뿌려댔는데도 청와대가 몰랐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노 정권은 중대한 직무유기를 한 겁니다. 노 정권은 이제 '무능한데다 부패하기까지 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박 회장에 대한 수사는 최소한 6월까지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당장 4월 국회가 제대로 운영될지 걱정됩니다. 하지만 검찰은 권력형 부패의 역사를 이번에는 반드시 끝낸다는 각오로 성역 없이 끝까지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합니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비리도 드러나고 있지만 지금 살아 있는 정권 주변의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주저해선 안 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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