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스와니 헌트 하버드대 여성정책연구소장은 2007년 ‘포린 어페어’에 기고한 글에서 여성의 정치참여 비율이 높을수록 부패는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상대적 청렴성은 할당제를 통한 여성 정치참여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논리로도 쓰인다. 여성 공직자의 부패가 적은 까닭은 일과 가정을 양립하려는 여성들이 뇌물을 받는 데 따르는 위험(리스크)을 남성만큼 감수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일선 시군구에서 복지기금을 횡령한 공무원들의 상당수가 여성이다. 복지기금 11억 원을 빼돌렸다 지난달 적발된 전남 해남군 읍사무소 공무원은 40세 여성이다. 그는 사망이나 전출로 수급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 명의로 생계비를 신청해 수십 개 차명계좌로 받는 대담한 수법을 썼다. 서울 노원구청에서 6년간 1억 원을 횡령한 공무원은 육아휴직을 하고 있던 30대 엄마였다. 그제는 서울대병원의 20대 여직원이 환자 후원금 7억 원을 횡령한 사건이 터졌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를 불러온 월가 금융인의 대다수가 남성이라는 점 때문에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원죄론(原罪論)’이 일었다. 탐욕과 관계가 있다는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이 여성보다 10배 많다. 그러나 이런 가설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여성의원 비율이 투명성지수를 나타내는 한 척도이긴 하지만 여성이라고 해서 꼭 깨끗하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돈 쓸 데가 더 많고 쇼핑중독에 빠지기 쉬운 여성이 유혹에 더 약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여성의 부패가 없거나 적었다는 것은 기실 그럴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성은 비리를 덜 저지른다’는 연구결과도 신빙성을 잃어가는 것 같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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