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이 ‘공정거래’가 흔들리고 있다. 한편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은 1년 전과 비교해 26%나 줄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사들인 불량 증권에 대해 근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기축통화가 필요하다”는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런민은행장의 발언이 최근 화제가 됐다. 미국 일부 의원은 ‘미국 달러를 흔드는 비겁한 음모’라고 경고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사실 저우 행장의 연설은 중국의 약점을 시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 중국이 ‘달러의 덫’에 빠졌으며 스스로 헤어 나올 수 없고 이를 초래한 정책을 바꿀 수도 없다는 것이다.
속사정은 이렇다. 2000년대 초 중국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올리기 시작했다. 대규모 외국 자본을 중국 국내로 끌어들였다. 만약 중국이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었다면 위안화 가치가 상승했을 것이다. 뒤이어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 성장속도가 둔화됐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달러를 대규모로 사들여야 했다. 시간이 가면서 중국의 무역흑자와 함께 중국이 축적한 외국자산도 늘어갔다.
‘미국이 불량 증권을 중국에 팔았다’는 농담은 과장된 것이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사들인 것은 대부분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미국 국채였기 때문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은 ‘미국채공화국’이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지도자들은 뭔가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중국은 자신들이 사들인 자산의 70%가량이 달러표시 자산이라는 것에 걱정하고 있다. 달러가 폭락하면 중국도 큰 손실을 보는 구조가 됐다. “달러 대신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세계 공용통화로 격상시키자”는 저우 행장의 제안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SDR는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진짜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다양화해 위험을 회피하려는 중국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중국은 달러 가치를 떨어뜨려 자산 손실을 보지 않고서는 팔 수도 없는 달러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저우 총재의 제안은 사실상 투자에 실패한 중국을 구해달라고 세계에 호소한 것이다. 이는 게임의 법칙이 근본적으로 변한 현실에 대해 중국 지도자들이 아직 정면으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2년 전만 해도 우리는 중국이 투자한 것보다 더 많이 저축할 수 있는, 그러고도 남아도는 저축을 미국에 투자할 수 있는 세계에 살았다. 하지만 그런 세상은 이제 끝났다.
‘새로운 기축통화’에 대한 연설 다음 날 저우 행장은 (돈을 풀라는 서방의 요구에) “중국의 높은 저축률은 근검절약을 숭상하는 유교문화 때문이며 저축률을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글로벌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에 아직 나서지 않고 있다. 물론 일본 유럽 미국도 마찬가지다. 영국 런던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예상보다 큰 성과를 거두는 등 좋은 소식이 나오고 있음에도 위기는 몇 년 더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