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창당 주역으로 참여해 두 번이나 당의장을 역임하고 자신을 대선후보로 뽑아준 당을 탈당했다. 그는 4·29 재·보선에서 전북 전주 덕진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길을 선택했다. 민주당은 그에게 호남의 옛 지역구 회귀 대신 더 치열하고 험난한 곳에서 출전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고통스러운 국민과 위기에 처한 한반도, 어려움에 빠진 당에 작은 힘을 보태려고 귀국했으나 지도부는 당원과 지지자의 뜻을 거스르는 결정을 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자신이 지난해 4·9총선에서 ‘뼈를 묻겠다’고 다짐했던 서울 동작 지역구도 하루아침에 저버리고 눈앞의 금배지가 아른거리는 정치적 안방으로 달려갔다. 소속 정당과 지역구민을 하루아침에 배신했다는 오명을 무릅쓰는 도박을 감행한 셈이다. 그가 정적들을 향해 즐겨 썼던 ‘낡은 정치’와 ‘분열주의’라는 말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그는 탈당의 변으로 “잠시 민주당의 옷을 벗지만 다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는 그럴듯하지만 어떻게든 배지를 달고 복당하겠다는 말이다.
▷민주당의 한 후배 의원은 “한나라당도 17대 총선에서 최병렬 전 대표를 공천 탈락시켰지만 탈당하지 않았다. 김민석 전 의원과 안희정 최고위원은 지난 총선 때 출마 기회도 받지 못했지만 모두 승복해서 뛰고 있다”고 일갈했다. 정치인에게는 오늘 살고 내일 죽는 길이 있고, 오늘 죽어서 영원히 사는 길이 있다. 어제 정동영이 선택한 길은 그의 정치 인생에서 낙인이 될 것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