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북한 사회의 계층을 식탁에 오르는 음식을 기준으로 상중하로 나눈다. 상류층은 쌀밥에 고기 과일 오징어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가정이고, 중산층은 쌀밥을 먹기는 하되 다른 부식은 사기 어려운 가정이다. 하류층은 잡곡을 주로 먹는 가정을 일컫는다. 체제 유지의 주축인 인민군 내에서도 ‘강영실 동무’(강한 영양실조에 걸린 병사)란 말이 유행할 정도다.
▷옥수수나 감자, 국수로 끼니를 잇는 하류층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아침 먹고 점심거리 찾고, 점심 먹고 저녁거리 찾는’ 극빈층이 절반에 가깝다고 한다. 이들의 대표적인 먹을거리는 돼지 사료로나 쓰여야 할 ‘인조고기’다. 두부공장에서 나오는 콩 껍질을 물로 반죽한 다음 국수 만드는 기계로 뺀 것을 그렇게 부른다. ‘고난의 행군’은 1994년 영변 핵시설로 1차 북핵 위기가 조성된 이후 시작됐다. 2006년 핵실험은 2007, 2008년 식량난을 가중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5일의 대포동 2호 로켓 발사에 쏟은 3억 달러는 지난 한 해 식량 부족분 100만 t을 수입할 수 있는 거액이다. 김일성은 생전에 “인민들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면 당연히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보다 인민을 먹여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한국에 사는 탈북 청소년들은 쌀밥을 먹을 때 북의 가족들을 생각해 죄의식을 느끼며 눈물을 흘린다”고 보도했다. 진짜로 죄의식을 느껴야 할 사람은 선군(先軍) 강성대국 운운하며 산해진미를 혼자 수입해 먹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아니겠나.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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