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금품을 뿌린 대상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족을 포함해 친형인 노건평 씨, 측근인 이광재 의원 등 지난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포함돼 있다. 겉으로는 도덕적인 체하며 세상이 다 썩은 듯 호통 쳤던 정권 핵심들이 뒤로는 너나없이 거액의 뇌물에 흐물흐물 녹아버린 것이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돈을 받은 것으로 검찰이 적시한 일람표에도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을 비롯한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대거 등장한다. ‘우(右)광재 좌(左)희정’이 다 나가떨어졌으니 더 할 말이 뭐 있겠는가.
▷박 회장이 뿌린 돈은 상당 부분 정권의 보호를 대가로 얻은 부정한 소득을 원천으로 하고 있다. 노건평 씨는 농협 자회사였던 휴켐스의 헐값 인수(2006년 7월)를 도와주고 받은 이익금의 일부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이 각별히 도와준 것으로 알려진 30억 달러 규모의 베트남 화력발전소 건설사업 수주(2007년 12월) 역시 박 회장이 벌인 뇌물 잔치의 밑천이 됐다.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다. 강 회장도 횡령 탈세 등으로 마련한 266억 원의 비자금으로 정치자금을 뿌렸으니 일종의 ‘범죄수익 분배’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5월 안 최고위원이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의혹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때 ‘동업자’라는 표현으로 그를 감싼 일이 있다. 국민의 눈에 비친 ‘노무현 사람들’의 모습은 ‘비리 동업자’ 소리를 들을 만하다. 이 같은 부정한 거래의 1차 피해자는 경쟁에서 탈락한 기업들이겠지만, 국민경제 교란과 국가 이미지 실추 같은 간접피해를 감안하면 결국 전체 국민이 도둑 정치의 피해자라 할 수 있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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