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도전받는 남녀공학

  • 입력 2009년 4월 17일 20시 21분


미국 플로리다 주 스텟슨대의 연구진이 인근 공립학교인 우드워드 애버뉴 초등학교 학생을 남녀 합반과 남녀 분리반으로 나눠 시험성적을 조사했다. 그 결과 남녀 합반에서 남학생은 37%, 여학생은 59%가 성적이 우수했지만, 남녀 분리반에서 남학생은 86%, 여학생은 75%가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남녀 분리반에서 성적이 향상된 남학생들의 상당수가 남녀 합반에서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판정을 받았던 아이들이었다.

▷남녀 분리수업이 학업성취도 향상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지자 미 정부는 2006년 각 지역 공립학교에 30년간 유지해 오던 ‘남녀 분리수업 금지’ 원칙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공립학교가 단성(單性)학교나 남녀 분리수업으로 전환했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분리수업을 하는 공립학교는 거의 없었으나 2007년엔 분리수업 학교가 250곳을 넘겼다. 미국에선 남녀공학 폐지를 주장하는 단성공교육협회(NASSPE·National Association for Single Sex Public Education)가 맹활약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남녀공학 비율은 1999년 43.9%에서 2008년 56.1%로 늘었다. “여학생에게만 바느질을 가르칠 필요가 있느냐”는 양성평등론이 남녀공학 확산에 기여했다. 그런데 남녀공학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남학교 또는 여학교보다 뚜렷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자 남녀공학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학의 장점은 서로 이성을 의식하다 보니 학습의욕이 올라가고 생활태도도 개선되며 비행과 탈선이 줄어든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이성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자극 때문에 학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눈부시게 발전한 자기공명영상(MRI) 연구 결과 덕분에 남녀의 뇌구조가 선천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생물학적으로 다른 남녀를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교육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남녀공학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남학생 학부모들 사이에서 더 높다. 여학생이 내신 상위권을 싹쓸이하는 현상이 남학생 부모들의 걱정을 부채질하며 남녀공학 폐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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