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신해철의 로켓 찬양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7분



1990년대 초 서태지가 등장하기도 전에 신해철은 ‘재즈카페’를 통해 우리말 랩의 매력을 선사했다. 1997년 그가 리드보컬로 있던 그룹 ‘넥스트’를 해체할 때는 “숨소리만 녹음해도 30만 장은 팔릴 텐데 왜 해체하느냐”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악역이 떨어졌고 사람들은 ‘착한 신해철’을 좋아하지 않는”(2006년 3월 동아일보 인터뷰) 현상이 벌어졌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악역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악역을 자처한’ 것이다. 가수 이승철은 한 TV프로그램에서 “평범한 소년이었는데 주변에서 자꾸 부추기니까 ‘잔다르크’처럼 변했다”고 말했다.
▷신해철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잘못)이 합당한 주권에 의거하여, 또한 적법한 국제 절차에 따라 로켓 발사에 성공하였음을 민족의 일원으로서 경축한다”고 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썼다. 라이트코리아와 자유북한운동연합은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 조항을 위반했다”며 17일 그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다음 날 신해철은 홈페이지에 “나 고소당햇쪄 아이무셔∼”라고 빈정거렸다.
▷대마초 사건으로 구속 경험이 있는 그는 방송에 나와 대마초 합법화를 주장해 ‘악플’ 세례를 받은 적이 있다. 체벌과 입시위주 교육을 비판하고도 입시학원 광고를 찍은 뒤 악플이 넘쳐나자 아예 홈페이지에 “당신들과 소신이 다른 게 범죄야?”라며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든 욕설사진을 올렸다. 어쩌면 그는 독설을 내지르며 쾌감을 느끼고, 반응이 뜨겁지 않으면 만족 못하는 ‘독설 중독’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송영선 친박연대 의원 말대로 그가 ‘개인의 영웅 의식으로, 연예인으로서 인기를 높이기 위해, 아니면 정말로 아무런 생각 없이’ 견해를 밝혔는지는 모르겠다. 연예인이 국내외에서 정치적 발언으로 주목을 끄는 일은 흔하다. 다만 자신의 음악세계를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적인 음악인으로 꼽혔던 그가 음악 아닌 일로 논란거리가 되는 건 안타깝다. 송 의원은 “북한 로켓 발사 성공을 경축하는 사람이라면 김정일 정권하에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해철 식의 앞뒤 분간 못하는 독설가라면 북한에선 공개처형감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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