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과 국정원 직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 문제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원장이 2007년 6월 대통령총무비서관이던 정상문 씨의 부탁에 따라 국정원 실무자를 시켜 당시 대기업 휴직 상태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학 중이던 건호 씨가 살 집을 알아봐 주었다는 것이다. 대통령 아들 뒷바라지에 청와대와 국가정보기관이 동원된 셈이다. 건호 씨는 월세 1600달러의 대학 기숙사에서 살다가 작년 4월 월세 3600달러짜리 주택으로 이사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은 “노 전 대통령이 관여한 바가 없고, 권양숙 여사는 전혀 기억을 못 한다”고 했다. 책임을 떠넘기는 방법도 가지가지이다. 그렇다면 총무비서관과 국정원장이 대통령 아들 일을 국가기관까지 동원해 몰래 처리한 뒤 대통령에겐 아무런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설령 그 해명이 맞는다 해도 결국 건호 씨가 직접 총무비서관에게 부탁하고 국정원장까지 움직였다는 것인데, 그것이 보통 문제가 아니라는 걸 노 전 대통령은 아는지 모르겠다.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넨 600만 달러가 모두 건호 씨와 관련된 돈으로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개발한 인맥관리 소프트웨어인 ‘노하우 2000’까지 건호 씨가 투자한 IT벤처기업에 건넸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는 모든 걸 ‘모르쇠’로 일관한다. 노 전 대통령이 아들 뒷바라지에 ‘과도한’ 사랑을 베풀기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가르쳤다면 지금 같은 험한 꼴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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