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로저 코언]美, 이젠 국익고려 이스라엘 평가

  • 입력 2009년 5월 8일 02시 56분


미국과 이스라엘 간에 논쟁이 시작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의 새 정부에 대한 비판은 예상외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시작했다. 예전에 그는 뉴욕 주 상원의원으로서 이스라엘을 바라봤지만 이제 국무장관으로서 미국의 국익을 고려해 이스라엘을 평가한다.

클린턴 장관은 3월 요르단 강 서안을 방문했을 때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활기가 넘치는 이스라엘과 달리 분리장벽 너머에 있는 요르단 강 서안에는 당나귀가 끄는 마차들과 할 일이 없는 주민들밖에 없다. 이를 바라보면서 클린턴 장관으로서는 인간적인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언덕 위에 요새처럼 서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의 모습은 황량한 요르단 강 서안의 풍경을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한다. 대부분의 이스라엘 국민들도 클린턴 장관이 목격한 이런 광경을 볼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달 미 하원의 청문회에서 “이스라엘이 이란과의 대결에서 미국의 지지를 얻으려면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평화를 향한 노력을 존중하고, 중동 평화협상에 한발 물러나 있는 듯한 태도에서 벗어나 팔레스타인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여전히 ‘두 국가 해법(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한 측근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미국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막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평화와 미국-이란의 화해를 한 묶음으로 추진하려는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클린턴 장관이 이란을 언급하면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팔레스타인과의 평화를 위한 노력에서 한발 비켜서 있지 말라’고 경고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또 클린턴 장관은 하마스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를 내비쳤다. 그는 하마스에 어떤 자금도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온건 성향의 파타 당과 하마스가 함께 팔레스타인 통합 정부를 구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팔레스타인 통합 정부가 폭력 감소, 이스라엘 존재 인정, 기존의 합의 이행 등 세 가지 조건만 지킨다면 미국은 9억 달러(약 1조1350억 원) 규모의 원조 제공을 포함한 현안들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태도 변화는 이스라엘을 분노하게 할 것이다.

나는 클린턴 장관의 생각에 동의한다. 다만 그가 이란이 화해를 거부할 경우 제재를 하겠다고 말한 것은 실수라고 본다. 제재는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손을 내미는 것에 진심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이란은 미국과 대화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클린턴 장관의 발언에서 나타난 이스라엘-미국의 갈등은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첫해에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 윌슨 센터’의 리 해밀턴 대표는 “미국 정부가 일부 주요 현안들에 대해 이스라엘과는 다른 입장을 취하려 하고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도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는 유연한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네타냐후 총리가 중동에 평화를 가져오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 개선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대통령이 두 가지 사안을 동시에 추진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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