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의 정책이 비록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는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다른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들끼리 얼마나 양보하고 서로 수용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느냐일 것이다. 특히 환경론자들에게 이런 타협의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미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환경 관련 법률 가운데 헨리 왁스먼과 에드워드 마키 두 하원의원이 제안한 온실가스 감축 법안이 있다. 이른바 ‘왁스먼-마키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안은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내용이다.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상한을 정해놓고 남은 배출권은 매매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사실이 아니라거나 온실가스 배출 제한이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일부의 비판은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 법안이 환경주의자 내부에서조차 이견에 부닥쳐 난관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이 법안에 찬성하는 사람 중 하나다. 환경보호유권자연맹(LCV)이나 환경보호기금(EDF)과 같은 많은 환경단체도 이 법안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표적 글로벌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세계적 관심거리로 이끌어내 환경보호론자 사이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 한센은 탄소배출권이라는 개념 자체를 반대한다. 그는 대신 환경세의 일종인 탄소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나는 고어 전 부통령과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 이 법안이 비록 우리들이 원하는 최상의 수준은 아니지만 현실에 맞는 차선책이다.
이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탄소세가 배출권거래제보다 더 나은 제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 이론적으로는 두 제도 모두 공해를 줄일 수 있는 유효한 조치지만 현실적으로는 배출권거래제가 효율적인 국제 공조를 끌어낼 수 있어 득이 더 많다.
생각해 보라. 중국이 공장주들의 반대를 무릅쓰면서 탄소세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오히려 적정 수준 이하로 한 국가의 배출량을 정해놓고 이를 정부가 통제하게 하는 게 더 쉽다. 왁스먼-마키법에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공짜로 얻을 수 있어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출권 공짜 부여가 이 법안의 효율성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설사 공짜로 배출권을 얻은 기업이라고 해도 배출권을 돈을 받고 팔 수 있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충분한 유인이 된다. 실제 사례도 있다. 아황산가스 배출권을 공짜로 전력업체에 나눠주고 거래제를 도입한 결과 산성비의 주범인 아황산가스의 배출이 크게 줄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납세자에서 기업으로 부의 이전효과를 보이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은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아메리칸진보센터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 2020년까지 자동차 5억 대분의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발생한다. 이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반대한 결과가 가져올 미래를 생각해봐야 한다. 지구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