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혁명’의 수혜자인 슈미트 회장이 최근 펜실베이니아대 졸업식 축사에서 ‘아날로그적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6000여 명의 졸업생에게 “당분간 컴퓨터의 ‘가상세계’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진정한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삶을 살아보라”고 충고했다. 특히 “어떤 것도 손자가 첫걸음을 뗄 때 손을 잡아주는 기쁨을 대신할 수 없다”면서 “컴퓨터를 끄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면 우리 주위에 인간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슈미트 회장은 ‘할아버지와 손자’를 예로 들었지만 직장에서 퇴근해 오랜만에 아들딸을 품에 안아주거나, 함께 땀 흘려 일한 회사 동료나 선후배들과 인간적인 교류를 하며 마음을 터놓고 ‘성취의 희열’을 맛보는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본의 피터 드러커’로 불리는 경영학자 노나카 이쿠지로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 역시 현장과 인간을 중시한다. 그는 개념화되고 언어로 표현된 형식지(形式知) 못지않게 경험을 통해 축적된 암묵지(暗默知)를 강조하면서 도제(徒弟) 제도를 통한 경험적 지식의 전수가 유용하다고 말한다. 각 분야에서 진정한 리더가 되자면 현장과 이론을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혁신을 일으키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학 역사 문학 등 폭넓은 교양과,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실제로 컴퓨터를 이용한 기술적 분석에 치중했던 미국 등 서구 학계에서도 최근 현실에 눈을 돌리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컴퓨터 혁명이 현대세계에 가져온 긍정적 영향은 막대하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너무 가상생활에 매달려 현실의 인간관계에 소홀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아무리 기술적 진보가 가속화하는 디지털 시대라지만 인간의 본질까지 달라지진 않는다. 가끔은 컴퓨터를 끄고 주변의 ‘살아 있는 인간’에게 관심을 기울여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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