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내기 행사에 가지 않았다. 대통령으로서는 12년 만에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경기 안성시의 한 농촌 마을을 찾아 농민들과 함께 모내기를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에게 “농민을 위한 농협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이 농민들의 원성을 듣지 않도록 솔선해서 개혁에 나서 달라는 주문이다.
▷이 대통령이 농협 개혁에 대해 언급한 것은 벌써 여러 번이다. 작년 12월 4일 새벽에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찾은 이 대통령은 “농협이 금융에서 몇조 원씩 벌어 사고나 치고 있다”면서 “농협이 번 돈을 농민을 위해 어떻게 쓸 것인지 머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3월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도 “뉴질랜드는 보조금 없이도 경쟁력 있는 농업혁명을 이룩했다”며 농협 개혁을 줄곧 강조하며 수행했던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강력한 개혁을 지시했다.
▷하지만 농민을 위한 농협 개혁은 아직 시동도 걸리지 않았다. 대통령이 누차 거론하고 장관에게 지시했는데도 개혁 대상인 농협중앙회는 요지부동이다. 모내기 현장에서 이 대통령에게 ‘농민을 위한 농협’이 돼 달라는 주문을 받은 최 회장은 22일 “농협은 정부 산하기관이 아니다”며 “시간을 두고 농협 스스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마무리 짓는다는 정부 방침과는 딴판이다. 최 회장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등 개혁을 2017년에 하려고 하더라도 17조 원을 적립해야 하는데 10조 원이 모자란다”고 했다. 대통령이 말로 개혁을 외쳐 봐야 별 효과가 없을 것 같다. 모내기 일손 돕기도 좋지만 농협을 제대로 뜯어고치는 것이 농촌을 살리는 지름길일 텐데, 현실은 암담하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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