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업원과 자유민주연구학회 주최로 어제 열린 세미나에서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그 자리가 우리나라에 ‘반(反)체제적 시민사회론’을 형성시킨 계기”라고 평가했다. 당시 공산주의가 붕괴하자 좌파 반체제운동세력은 소련식 혁명을 일으킬 수도,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고수할 수도 없는 형편이 됐다. 그래서 변형적 투쟁 전략으로 들고 나온 것이 이탈리아의 공산주의 이론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시민사회’와 ‘진지전’ 개념이다. 즉 시민사회를 대변하는 시민단체가 계급투쟁에 나서 정부를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본래 존 로크를 비롯한 서구 사회계약론 사상가들은 시민사회를 광의의 정부로 본다. 시민의 생명과 자유, 재산을 보장하기 위한 공적기구인 정부, 주권위임기관인 의회와 사법부가 작동하는 사회가 바로 시민사회다. 그런데 그람시의 논리를 받아들인 우리나라 좌파는 정부 밖에 별도의 시민사회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왜곡했다. 좌파 시민단체가 시민사회의 대표로 자처하는 건 물론이다.
▷‘이념의 시대는 갔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그런 말은 이념투쟁을 가리려 하는 좌파들이 좋아할 소리”라고 이날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은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무늬만 바꿔 여전히 진짜 시민의 자유와 문명사회를 위협하는 계급투쟁의 진지전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의 합법적 의사표현인 선거 결과 대신 ‘시민사회 여론’이 중시돼 국회 안에 ‘미디어발전연구위원회’를 두는 게 그런 예다. 신중섭 강원대 교수는 “이들 단체를 ‘시민’단체라고 하기보다 비정부기구(NGO)라고 하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아니면 계급투쟁단체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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