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설 자리 찾아야 할 때
아세안은 2007년을 기준으로 하면 5억7000만 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1조3000억 달러의 국내총생산(GDP)과 1조4000억 달러의 교역량을 창출했다. 최근 수년 동안 우리나라의 경제 및 교역 규모를 추월할 정도로 역동적 성장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신아시아 외교의 중요한 축으로서 아세안이 갖는 중요한 의의를 새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번 특별정상회의를 아세안과의 진정하고 영원한 동반자 관계 구축을 위한 계기로 삼고 미래의 동반자로서의 아세안을 충분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기반으로 삼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점을 중요한 정책변수로 고려해야 한다. 첫째, 아세안이 여러 가지 형태로 전개되는 동아시아 경제협력과 통합의 움직임에서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려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아세안+3, 아세안+6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진행되는 수많은 협력·통합 이니셔티브에서 아세안은 자신들이 중심에 서야 함을 적극적으로 주장한다. 이런 의도가 2020년으로 예정된 통합프로젝트인 ‘아세안 공동체’를 2015년까지 앞당겨 실현함으로써 대외협상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나타남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 지역은 아세안에 매우 중요한 협력파트너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사실이다. 아세안 국가 간의 교역관계는 총교역량의 25%에 미치지 못하며, 한중일 등 동북아 지역이 그들 자신만큼이나 중요한 교역대상자라는 점은 아세안이 갖는 정치 경제적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고 하겠다. 이를 여하히 활용할 수 있는가를 놓고 동북아 3국이 각축하는 상황이다.
셋째, 한중일 3국이 전개하는 아세안과의 관계 설정에서 우리나라가 절대적인 우위를 나타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1970, 80년대에 걸쳐 구축해 놓은 해외투자네트워크와 기초적 지역연구지식이라는 수단을 통해, 중국은 전통적인 화교네트워크와 최근 수년간 벌어들인 외화자산을 바탕으로 전개하는 대외원조정책을 통해 아세안을 자신의 영향권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한국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를 심각하게 곱씹어 보아야 한다.
中-日, 우리보다 관계설정 앞서
이번 특별정상회의에서 논의했듯이 무역투자 문화교류 녹색성장 등 세 가지를 아세안과의 협력강화에서 우리나라가 추진할 중점적 협력기제로 채택했다는 점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한 정책방향으로 판단된다. 조만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으로 가입할 것으로 기대되는 우리나라의 대외원조정책도 이에 걸맞은 방향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제개발 경험을 아세안의 많은 개도국이 지속적 성장 및 개발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좀 더 적극적이고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토대로 우리의 신아시아 외교 전략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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