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교수의 위상은 미국과는 다르다. 선호도가 높은 직업이고 ‘권력’도 따른다. 정부 산하 위원회에서 교수들은 위원의 다수를 차지하며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방 사립대학의 교수들은 저임(低賃)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주요 대학은 그렇지도 않다. 교수의 힘은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전문가 집단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전문 지식을 구하려면 교수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교수들은 깨끗한 이미지로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의 영입 대상 1호로 꼽힌다. 옛 선비들이 ‘수기(修己)’와 ‘치인(治人)’ 사이를 오갔던 것처럼 스스로 정치 참여를 원하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 갈고닦은 지식을 현실에 활용하고 높은 도덕성으로 주변을 맑게 한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국회의원 등 공직에 출마하면서 교수직은 교수직대로 고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낙선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려는 이중포석이다. 마음이 정치에 가 있는 ‘폴리페서(polifessor·학교와 정치권을 오가는 교수)’들이 수업에 충실하지 않아 학생들의 피해가 크다.
▷서울대가 폴리페서들을 규제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오히려 양성화하는 내부 규정을 마련했다가 반대 여론에 밀려 일단 보류했다. 당초 안에 따르면 선출직 공직자 선거에 나서는 교수들은 학기 시작 전에 휴직을 할 수 있으며, 당선이 되면 한 번 임기 내에서 휴직이 가능하다. 그동안은 눈치를 보던 폴리페서들도 드러내 놓고 출마의사를 밝힐 수 있게 길을 열어준 것이다. 폴리페서 문제의 해법은 간단하다. 출마를 하려면 학교를 그만두도록 하면 된다. 그것이 서로 떳떳하다. 당연한 결론을 놓고 주저하는 대학이라면 지성인 집단으로서 문제가 있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