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북한 실상을 잘 아는 우리들로선 작금의 사태를 보면 암담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한강의 기적이 ‘민주주의 후퇴’라면 김일성왕조 3대 세습은 민주주의의 진보냐.” 함경북도 도민회장인 최 대표는 격앙돼 있었다. “60여 년 전에도 완장 찬 그들은 ‘김일성 장군님’이라고 극존칭을 하면서 이승만은 역도니, 살인자니, 친일매국노라고 매도했다. 지금도 깃발 쳐든 이들은 김정일에게 꼬박꼬박 국방위원장이라면서 국민이 뽑은 대통령한테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붓는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는 겪어보지 않고선 모른다. 남한 사람들은 명절 때 차가 막힌다고 ‘고향길이 지옥길’ ‘귀경(歸京)전쟁’ 등 배부른 소리를 해대지만, 가볼 수 없기에 미치도록 사무치는 곳이 북녘에 있는 고향 땅이다. 실향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것도 금수강산이었던 내 고향이 핵 기지로 둔갑됐다는 점이다. 내 핏줄이 배곯을 줄 알면서도 “북한이 핵을 폐기할 때까지 모든 대북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혈혈단신으로 월남해 자수성가한 이북 사람들은 내 눈으로 확인한 것, 내 손에 쥐어진 것만 믿을 만큼 현실적이다. ‘햇볕정책’으로는 북한의 적화통일 야욕을 꺾을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좌파정권 10년간 이들은 속으로만 삭여야 했다. 그랬더니 일부 정치세력과 대학교수, 친북단체들이 아스팔트 위에서 대놓고 김정일 정권을 옹호하고 있다. 최 대표는 묻는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분투노력한 결과가 겨우 이거냐.” 이젠 아스팔트 위의 당신들이 답할 차례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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