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검찰은 원래 인권옹호기관으로 출발했다. 처음부터 수사를 주목적으로 하지는 않았던 거다. 프랑스가 검찰을 처음 신설한 후 지금과 같은 법원-검찰-피고인(변호인)이라는 3자 형사소송구조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독일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도 도입됐다. 일본 검찰의 주된 기능은 지금도 수사보다 공소권 행사에 있다. 반면 우리 검찰은 수사가 우선이고 기소는 부차적인 잡무처럼 돼 있다. 검찰이 권력기관으로 각인된 것도, 검찰청의 공판부장이 한직으로 꼽히게 된 것도 거기에 이유가 있다.
▷우리의 검찰 제도는 남북분단에 따른 이념대립 및 군사독재정권이 30여 년간 존속했다는 사실과 깊이 연관돼 있다. 군사정권은 끊임없는 정통성 시비 때문에 법질서 확립 문제에 골머리를 앓았다. 자연히 검찰은 사정(司正)의 중추기관으로서 국가와 체제 유지의 큰 축을 담당하게 됐다. 그러는 사이 검찰의 인권보호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대공(對共)과 대학, 노사 문제 같은 시국 공안사건을 맡은 공안검사들이 우대받는 동안 끊임없이 인권 문제가 제기됐다.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기자간담회에서 “공공의 안녕이 잘 보장돼야 인권도 잘 보장된다”고 자신의 공안관(公安觀)을 밝혔다. 야당 등이 공안검사 경력을 문제 삼고 나선 데 대한 대응이다. 그는 “공안부 검사만이 아니고 검찰에 몸담은 사람은 다 공공의 안녕에 대해 기본적 사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화가 이뤄진 지금은 공안과 인권이 대립된 개념이 아니라는 뜻인 것 같다. 일부의 법질서 파괴 행위로부터 다수 국민의 인적(人的) 피해와 재산 손실을 최대한 막는 것이 공안의 새 사명일 것이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