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 막걸리의 화려한 부활

  • 입력 2009년 6월 25일 17시 08분


전통 술인 막걸리가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막걸리의 연간 출고량은 17만6000kL로 2002년보다 36.4% 늘었습니다. 예전에는 막걸리라면 허름한 선술집이나 농촌에서만 마신다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서울의 고급 음식점에서도 막걸리를 찾는 손님이 적지 않습니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작년 막걸리 수출량은 5457kL로 2004년보다 143%나 증가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도수가 낮은 웰빙주'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3개국에 막걸리를 수출하는데 전체 수출량의 약 90%가 일본으로 수출됩니다.

막걸리 부활은 제품의 다양화와 고급화가 불러온 시장 확대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결정적 원인은 주류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였습니다.

정부는 2000년대 들어 막걸리에 대한 규제를 단계적으로 풀어왔습니다. 우선 막걸리의 판매구역 제한규정을 없애고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제품 생산을 위해 종전에 6%이상이던 알코올 도수를 3%이상도 가능하도록 완화했습니다. 잣 대추 등 과실 원액을 20%까지 넣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로 다양한 고급 막걸리의 생산도 가능해졌습니다.

이처럼 규제가 완화되면서 막걸리 생산업자들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대형 주류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막걸리의 매력을 홍보하는 마케팅전도 치열해졌습니다. 캔 포장, 살균 탁주 등으로 장기보관이 가능한 기술이 등장하면서 해외로의 수출 길도 열렸지요.

한때 사양산업으로 꼽히던 막걸리의 성공은 무엇을 시사할까요. 획일적인 규제와 보호가 아니라 시장의 자율과 경쟁, 기업가의 창의에 의해 산업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는 아닐까요.

우리 사회에서는 특정 분야에서 기득권을 지닌 집단이 '그들만의 논리'를 내세워 규제완화와 개방을 반대하고, 새로운 소득과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띕니다. 막걸리의 부활이 던지는 메시지는 주류산업에만 국한되지는 않아 보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