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손님은 누구나 예외 없이 “아, 예! 감사합니다”하고 즐거운 표정으로 화답합니다. 할머니가 특별히 한 마리를 더 구워 준 게 아니라는 걸 손님들은 알고 있지만 할아버지의 유머에 정색을 하고 따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것이 할아버지의 유일무이한 유머라는 걸 아는 손님들은 올 때마다 항상 새로운 표정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합니다. “아이고, 오늘도 또 한 마리를 더 주신다고요?”라거나 “어이쿠, 매번 이렇게 한 마리를 더 주시면 밑지는 장사하시는 거 아닌가요?” 하며 할아버지의 옹색한 유머를 감싸안아주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 옆의 안경점 주인이 할아버지에게 정색을 하고 물었습니다. “한 마리 더 준다는 건 생색용 거짓말이죠? 자꾸 듣다 보니까 세뇌용 거짓말처럼 들려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거짓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네. 우리가 실비식당이라 나는 원래부터 생선구이 정식에 생선 한 마리가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우리 할멈은 그러면 안 된다고 매번 한 마리를 더 구워 주네. 식당을 열던 날부터 지금까지 그것에 대해 의견의 합일을 보지 못하고 있는데 그걸 어찌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안경점 주인은 어이가 없어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식당 시작한 지 반 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두 분이 의견의 합일을 보지 못하면 어떡합니까? 할머니 고집이 세서 그런가요, 아니면 영감님 고집이 세서 그런가요?” 안경점 주인의 말을 듣고 난 할아버지는 말없이 미소를 짓고 앉아 있다가 이렇게 입을 열었습니다. “상대방의 고집을 꺾고 반드시 싸워서 이겨야만 맛인가? 할멈은 나의 의견을 꺾지 않고 한 마리를 더 구워낼 수 있으니 좋은 것이고 나는 한 마리를 내야 한다는 나의 주장을 꺾지 않고 두 마리를 낼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닌가. 어쨌거나 손님에게 두 마리가 나가니 모두에게 좋은 일 아닌가.”
잠시 골똘하게 앉아 있던 안경점 주인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히고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영감님께 정말 많은 걸 배웠다며 앞으로 자신도 인생을 좀 더 넓고 크게 살아야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러고는 기분이 한껏 고조되어 자신의 안경점으로 돌아가며 이런 말을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손님, 원래는 안경알을 하나만 끼워주게 되어 있는데 손님에게만 특별히 한 개를 더 끼워 주는 겁니다. 껄껄.”
작가 박상우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