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수길]녹색성장기본법 급하다

  • 입력 2009년 6월 27일 03시 00분


저탄소 녹색성장의 성공적 실례로 덴마크를 들 수 있다. 덴마크는 1970년대 초까지도 에너지 공급의 90%를 수입 석유에 의존했으나 제1차 오일쇼크를 계기로 에너지 절감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그 후 북해 유전을 발견해 에너지 자족(自足)국가가 되었으나 정부는 1990년대 들어 오히려 기존 에너지세에 탄소세를 추가하고 건물과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을 규제하며 신재생에너지기술 개발을 위해 보조금과 신용보증 등 각종 지원제도를 도입하면서 에너지 효율화와 다양화 노력을 강화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풍력발전을 추진해 지금은 풍력발전으로 전력의 19%를 공급하고 있다. 또 풍력 설비산업을 수출산업으로 만들어 세계 풍력발전기의 3분의 1을 공급한다. 발전기의 엔진은 1만8000여 개 부품으로 구성된다. 그중 4분의 1이 국내에서 공급된다. 가장 핵심적 부품인 블레이드도 국내 공급이다. 중소기업과 고용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얼마나 넓고 크겠는가.

덴마크는 풍력발전 외에도 바이오매스 발전, 열병합 발전 등을 널리 보급하고 전기자동차를 도입하기 위해 전기충전소망(網)을 구축하고 있다. 녹색건물과 녹색마을을 보급하면서 그에 소요되는 창문, 태양열지붕 등 부품의 세계적인 공급자로 발돋움하고 있다. 풍력 이외에도 수소연료전지 등 여타 신재생에너지 개발 부문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덴마크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열정은 기후변화 완화 노력을 선도하겠다는 범국민적 의지,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설비 기술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정부와 기업인들의 신념을 반영한다.

올 12월 타결을 목표로 협상하고 있는 제2차 지구온난화대책(2013∼20년)을 계기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협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다. 한국도 이러한 국제 노력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보다 더 절실한 문제는 우리 산업 중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아 일본보다 2배나 되고 에너지 효율은 매우 낮아 일본의 3분의 1에 못 미치며 우리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80% 안팎이 석유 등 해외에서 수입되는 화석연료라는 점이다. 앞으로 석유자원은 급속히 고갈되어갈 것이다.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국내 산업은 구조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사양화되어 경제가 정체되고 생활환경은 피폐해질 것이다.

대책은 무엇인가. 국토 공간, 국민생활 및 산업구조를 녹색화하는 한편 에너지 이용을 효율화하고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 나가면서 녹색산업을 수출 주도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발전 비전으로 선포하면서 바로 이러한 일을 추진하자고 제안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비전이 하루빨리 국민과 기업인 모두에 의한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는 점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어느 나라가 앞서가느냐 하는 국제 경쟁이기도 하다. 덴마크 독일 일본 등은 이미 1970년대부터 저탄소 녹색성장에 착수했고 여타 선진공업국도 이제 저탄소 녹색성장의 페달을 본격적으로 밟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신재생에너지 기술 부문에서 한국을 멀리 앞서고 있다. 중국도 경쟁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의 갈 길이 멀고 급하다. 녹색성장 비전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추진 체계와 법적 제도적 여건을 정비하기 위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제출돼 있다. 그러나 국회 소집이 지체되고 있다. 그 덕분에 선진국과의 격차가 줄기는커녕 커지고 있다. 국회는 한국경제를 사양길로 들어서게 할 주범이 되려나.

양수길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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