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선언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후계자였던 노태우 집권당(민정당) 대표가 국민의 민주화 및 직선제 개헌 요구를 수용한 선언이다. 일반시민과 ‘넥타이 부대’까지 합세한 전 국민적 6월 민주항쟁에 대한 사실상 ‘항복 선언’이었다. 그해 여야 합의로 개정, 공포된 현행 헌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22년간이나 원형대로 존속된 것도 6·29정신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평화적 정권교체와 평화적 시위가 완전히 보장된 지금에도 ‘민주주의 위기’를 다시 끄집어내는 세력이 있다.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인 잠꼬대에 불과하다.
▷북한군 수십 명을 전사시킨 1999년 제1연평해전과는 달리 제2연평해전은 우리 장병 6명이 희생돼 패배한 전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제2연평해전도 북측에 사망 13명, 부상 25명의 피해를 준 승전이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햇볕정책을 맹신한 김대중 정권이 아군 손발을 묶어놓은 상황에서 사력(死力)을 다한 ‘값진 승리’였다는 게 당시 합참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현 정부는 격하의 뜻이 담긴 듯한 ‘서해교전’이란 이름도 제2연평해전으로 바꿨다. 오늘 7주년을 기해 희생자와 참전 장병들의 명예가 회복되길 빈다.
▷월드컵 4위도 자랑스러운 승리였다. 1902년 배재학당과 경신학교에 축구부가 처음 창설된 지 꼭 100년 만이었다.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강호들을 차례로 꺾은 뒤 마지막 독일과 터키에는 졌으나 8강 진입이 목표였던 우리에겐 축구 역사를 다시 쓴 날이다. 수백만의 ‘붉은 악마’가 서울 세종로 사거리를 뒤흔든 그날의 함성과 감동이 이제 경제 살리기와 법치(法治) 세우기의 에너지로 승화됐으면 좋겠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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