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1년 앞둔 브라운 총리에겐 집토끼 산토끼 따질 겨를이 없다. 우파정책, 좌파정책을 가리는 것도 사치다. 전문가며 여론이며 할 것 없이 대부분 노동당 패배를 점치는 상황이다. 한 표가 아쉬운 마당에선 ‘되는 정책’으로 국민의 마음을 잡는 게 중요하다. 지난달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의 큰 흐름도 좌파 몰락, 우파 득세였다. 영국과 스페인의 좌파정권은 물론이고 프랑스 이탈리아의 좌파세력엔 엄청난 타격이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를 타고 우파에 대한 단죄를 기대했던 그들은 충격에 빠졌다.
▷세계적 휴대전화 메이커인 노키아와 유럽 최대 석유그룹인 로열더치셸의 회장을 맡고 있는 핀란드 출신 요르마 올릴라를 보면 그 이유가 보인다. 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화를 적극 활용하면서 질 높은 교육과 생산적 복지로 뒤처진 사람들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 시대의 해법”이라고 했다. 이미 유럽의 우파정부들이 애쓰고 있는 정책이다. 뉴스위크 역시 유럽의회 선거 직후 “기업친화적 정책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경쟁력 있는 교육으로 미래 세대에 희망을 주지 못하는 좌파는 일어서기 힘들다”고 했다.
▷영국 노동당에 비하면 우리나라 좌파는 고집불통이다. 더는 통하지 않는 한물간 정책을 붙들고 있는 것도 모자라, 선거를 통해서가 아니라 길바닥에서 정권을 뒤엎자는 것인가. 기업을 흔들고 학력(學力)이 뒷걸음치게 하는 정책으로는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이룰 수 없다. 한국 좌파는 유럽 좌파의 흐름을 눈여겨볼 일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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