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네버랜드

  • 입력 2009년 7월 3일 03시 00분


네버랜드는 영국 작가 제임스 매슈 배리의 소설 ‘피터 팬’에 처음 등장했다. 피터 팬은 네버랜드에서 소녀 웬디와 그의 동생들, 그리고 요정 팅커벨과 함께 애꾸눈 해적 후크 선장을 상대로 온갖 모험을 펼친다. 소설 속 네버랜드엔 여러 개의 해와 달이 존재하고 시간은 가늠할 수 없다. 네버랜드 한가운데 솟아있는 네버피크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볼 수 있다. 네버랜드는 말 그대로 결코 존재하지 않는 곳, 지나간 어린 시절의 상징이다.

▷살아선 전설이고, 죽어선 신화가 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캘리포니아에 있는 자신의 영지에 네버랜드란 이름을 붙였다.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한 데 대한 보상심리였을지도 모르겠다. 마이클 잭슨의 아버지 조 잭슨은 일찌감치 아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엄격한 훈육을 했다. 조 잭슨은 지난해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아들을 벨트로 채찍질(whip)했다. 하지만 두들겨 패진(beat) 않았다. 두들겨 팰 땐 막대기를 사용하지 않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이클 잭슨이 1988년 골프장을 사들여 조성한 네버랜드에는 저택과 동물원, 롤러코스터 범퍼카 슬라이드 등 24개의 놀이시설을 갖춘 테마파크가 조성돼 있다. 피터 팬 시대의 아이들이 해적놀이를 최고의 모험으로 생각했다면 잭슨은 네버랜드의 놀이공원을 어린 시절로의 도피처이자 안식처로 여겼던 것일까. 성형수술 후유증, 아동 성추행 논란, 예전 같지 않은 인기 그리고 재정난이 겹치면서 잭슨은 2005년 이후 네버랜드에 살지 않았다.

▷사망 이후에도 네버랜드는 그의 영원한 안식처가 되지 못할 것 같다. 잭슨의 가족은 그가 생전에 아꼈던 이곳에 시신을 안장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캘리포니아 주 법률상 힘들다고 한다. 소설 피터 팬 말미에 피터 팬은 웬디에게 자신과 함께 네버랜드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웬디는 거절한다. 소년은 자라 어른이 되고 소녀도 엄마가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 피터 팬이 어린이의 우상으로 남아있듯, 마이클 잭슨도 그의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영원한 우상으로 남을 것이다. 그가 꿈꾸었던 이상향 네버랜드에서 문워크를 걸으며.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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