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1만5000명을 넘었던 그단스크 조선소의 근로자는 지금 2500명으로 줄었다. 경영위기로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하다 2년 전 우크라이나에 팔렸다. 여기엔 자유노조의 책임이 크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지적했다. 스스로 민주화를 이끈 대단한 노조라고 우쭐대며 20년간을 경영자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세계 조선업계가 호황이었을 때도 그단스크 조선소는 이미 빚더미에 빠진 상태였다. 정부가 구조조정이나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입만 떼면 노조는 파업으로 맞섰다. 6월 4일 같은 대목을 시위 전문 노조가 놓칠 리 없다.
▷어제 폴란드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과 폴란드는 역사 발전과정이 비슷해 첫 방문이지만 친밀감을 느낀다”고 했다. ‘민주’ 돌림자를 붙인 우리 강성노조도 폴란드의 ‘연대’와 비슷하고도 친밀하다. 지난해 집권한 도날트 투스크 중도우파 총리는 전임자의 국내시장 보호정책을 뒤집고 외국기업 유치 등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자유노조는 여전히 찬란했던 투쟁의 추억에 사로잡혀 있다. 폴란드 국민 사이에선 “이제 ‘연대’라는 브랜드는 은퇴할 때가 됐다”는 불만이 높다.
▷세계 모든 노조가 폴란드 같은 건 아니다. “누구도 경쟁력 없는 기업을 살릴 순 없다. 글로벌 경쟁력이 없는 일자리는 과감히 털어내고 우리는 톱클래스 상품과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스웨덴의 사브자동차 노조 대표 알렉산다르 수사도 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유럽순방 중에 스웨덴에도 들른다. 우리 노조 대표와 함께 갔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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