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구]비정규직, 정확한 통계없인 해법도 없다

  • 입력 2009년 7월 8일 03시 04분


노동부는 7일 브리핑을 갖고 1일 비정규직보호법 적용 이후 비정규직 계약 해지자 수치를 발표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비정규직보호법)’ 적용 이후 해고 규모에 대해 논란이 일자 파악된 계약 해지자 수를 집계해 언론에 제공한 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법이 적용된 1일 이후 계약 해지자(6일까지)는 조사 대상 사업장 2480개사 중 295개사 1822명. 하루 평균 300명꼴이다.
문제는 이 조사가 현 상황에서 통계 또는 실태로서 전혀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부실조사라는 점이다. 이 수치는 노동부 산하 지방노동청이 관할 지역 내에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을 것 같은’ 사업장에 직접 문의하거나 지방노동청 비정규직 전담 상담창구에서 파악된 경우만 합산한 것이다. 조사 대상 사업체 수가 적더라도 지역, 사업체 규모, 비정규직 근로자 수 등을 분류해 샘플로서 가치가 있다면 실태로서 의미가 있겠지만 그런 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을 것 같은 곳’에 문의했다는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어느 회사에서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을 것 같은 곳에 일일이 문의한 것”이라고 답했다. 국내 1인 이상 모든 기업은 근로자를 고용하면 ‘고용보험 피보험자 자격취득 신고서’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다. 여기에는 정규직, 비정규직을 기입하는 ‘고용형태’ 항목이 있다. 노동부가 산하 기관으로부터 자료만 받아서 활용했더라면 적어도 “어느 회사에서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말은 할 수 없다.
노동부는 또 6일까지 71개 사업장에서 673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회사 안에서 계약 해지자와 정규직 전환자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어 사업체 수는 중복 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 개 사업장에서 동시에 계약 해지와 정규직 전환이 발생했는지는 파악하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과 계약 해지가 동시에 일어난 곳은 계약 해지만 발생한 곳보다 다소 여력이 있는 곳. 보조금 등 정부가 조금만 도와주면 어느 정도는 해고 대란을 방지할 수 있는 곳이다. 노동부는 브리핑 중에 “통계나 실태로서의 의미는 우리가 봐도 없는 것 같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비정규직법 문제가 풀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해고 규모에 대한 시각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미 해고자가 양산되고 있는데 주무부처가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조차 마련해 놓지 않고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합산 수치만 제공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
이진구 사회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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