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이창진]나로호 발사, 우리도 우주로

  • 입력 2009년 7월 16일 02시 58분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한 지 20일로 꼭 40년이 된다. 초등학생이던 필자도 TV로 중계했던 달 착륙 장면을 기억한다. 당시는 미국과 러시아(옛 소련)가 우주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던 때라 달 착륙이 갖는 역사적인 의미보다는 어느 나라가 먼저 달에 착륙하느냐, 그 자체가 중요한 목표였다. 따라서 인류 역사의 무대가 지구를 넘어서 우주로 확대된다는 의미를 논하기보다는 미국이 소련보다 먼저 달 착륙을 했고 서방 진영의 과학기술이 공산진영보다 더 앞서 있다는 흑백논리적인 해석이 전부였다.

사실 우리에게 달이란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음(陰)의 상징물이거나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라는 동요의 가사처럼 아련하게 떠오르는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대상 정도일 것이다. 달 착륙으로 인해 감정의 대상에서 어느새 탐사 대상으로 변했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달은 막연한 동경의 개념으로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경제발전에 힘쓰느라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주도하는 달 탐사 등의 우주개발 계획이 없었던 점도 중요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우리에게 우주는 우리가 활동하는 무대가 아니라 선진국만이 드나드는 곳으로 각인된 듯이 보인다. 30일에는 우리나라 역사에 중요한 획을 긋는 일이 예정돼 있다. 우주 발사체 나로호(KSLV-1)가 우리 영토에서 최초로 우주를 향해 자력 발사될 예정이다. 우주 발사체의 개발과 자력 발사는 여러 의미를 갖는다.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고 자력 발사에 성공한다는 것은 국제적인 위상을 높일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기술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국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으며 무엇보다 우주가 우리 가까이 있는 신천지라는 사실을 국민 모두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런 의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우주 개발이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분야라는 해묵은 고정관념을 통렬하게 깨고 우리가 또 한 번 이뤄냈다는 자긍심을 발현할 좋은 기회라는 점이다.

역사를 돌아볼 때 시대를 앞서가는 몇몇 선각자에 의해 위대한 발명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천문관측용 첨성대, 로켓을 활용한 신기전의 발명,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발명처럼 창의적 노력과 기술력의 결집으로 시대의 고정관념을 부수고 이룬 세계적인 발명이 있었다. 과거의 발명에 도취하기보다는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한 우주개발을 위한 도전은 우리에게 또 다른 도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우주를 향한 도전을 국가 과학 발전의 중요한 계기와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국제 사회에서 우주 선진국은 경제적 선진국과 동일시된다. 누가 먼저 진출하고 누가 선점하느냐는 문제를 넘어서 우주에의 도전은 국력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선진국이 했듯이 우리도 우주를 향한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우주 발사체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고, 다목적 위성도 성공적으로 발사한다면 그야말로 선진국의 대열에 동참하는 셈이다. 국제적인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우주를 이용하고 탐험하는 과정이 더는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고 이제는 계수나무의 토끼도 직접 가서 확인할 능력을 우리도 갖췄다. 나로호 발사를 앞둔 지금, 우주에 대한 두려움과 무관심을 떨쳐버리고 우리의 활동 영역이 지구를 넘어서 우주까지 넓어지는 역사적 현장을 확인하고 함께 기뻐하는 축제를 준비할 때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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