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1981년 그가 CBS 뉴스의 간판으로 활약한 시절, 주요 방송사의 저녁뉴스는 미국인들의 가장 중요한 정보원이었다. 케이블 뉴스채널이나 인터넷이 없었던 요인도 있지만 크롱카이트 같은 앵커의 신뢰성이 큰 역할을 했다. ‘앵커’라는 방송용어도 CBS 뉴스디렉터인 시그 미켈슨이 그를 보고 만든 말이다. 뉴스 진행자란 배를 제자리에 붙어 있게 하는 닻(앵커)처럼 중심을 잡는다는 의미다. 30년 앵커 생활 중 그가 자신의 주관을 방송에 이입한 것은 달 착륙 중계와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 등 몇 차례에 불과하다.
▷2008년 3월부터 13개월간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한 신경민 씨는 종영 직전 30초를 주관적 코멘트 코너로 이용했다. 물러나는 날 마지막 클로징 멘트에선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암울했다”고 했다. 그를 단명으로 몰고 간 것은 바로 공감이 떨어지는 클로징 멘트였다. 크롱카이트의 죽음은 이념갈등과 의견대립이 첨예한 시대에 앵커가 장수하는 비결이 무엇일지에 관해 되돌아보게 된다. 앵커로서도 수명이 길었던 크롱카이트는 향년 92세로 장수했다.
▷작년 말 ‘뉴스데스크’는 박혜진 앵커가 진행 중 방송법을 비판하는 개인적 견해를 밝히는 바람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중징계를 받았다. 방송을 사적인 이해관계를 표현하는 데 사용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MBC 앵커들은 어제부터 미디어관계법에 반대하는 파업에 나서기 위해 자리를 비우고 있다. 그러고 나서 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뉴스를 진행할 수 있을지, 그런 뉴스로 시청자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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