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유통시장이 개방된 이후 월마트도 국내에 진출했다. 월마트의 무기는 역시 저가 판매였다. 그러나 월마트가 들어오면 국내 유통업체들은 다 무너질 줄 알았는데 되레 월마트가 토종 유통업체에 밀려 한국에서 철수했다. 외국 유통업체를 물리친 이마트와 홈플러스 같은 대기업이 동네 슈퍼마켓보다 약간 큰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골목 상권에 진출했다. 골목마다 편의점이 들어선 지 오래지만 생필품과 반찬거리를 파는 동네 슈퍼가 대기업 체인점으로 바뀌는 것이다. 올해말에는 700곳이 넘을 거라는 소식이다.
▷대기업의 SSM에 대한 동네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SSM의 개점이 예정됐던 인천에서는 상인들의 반대시위가 잇따라 개점이 연기됐다. 동네 상인들의 반대로 SSM이라 불리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개점을 연기한 것은 처음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직접 골목 상권을 찾아 현장의 소리를 들었다. 정치권에서도 자영업자 보호를 명분으로 SSM 규제 방안을 논의 중이다.
▷동네 슈퍼 같은 자영업자들은 “대기업 때문에 망하게 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기업은 “소비자에게 싸고 좋은 상품을 공급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고 맞서고 있다. 직접 SSM을 규제하는 나라보다는 영업시간이나 소음방지 도시계획 같은 수단으로 간접 규제하는 곳이 많다. 거꾸로 영업제한을 푸는 나라도 있다. 프랑스 하원은 15일 일요일 영업금지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했다. 103년 동안 지켜온 일요일 영업금지의 전통이 무너진 것이다. 나라마다 해법이 제각각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값싸고 좋은 상품을 편리하게 공급하는 상점이 결국 살아남는다는 시장 원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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