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7·27 기념은 6·25가 ‘잊혀진 전쟁’이 돼 버린 우리에게 부끄러움을 안겨준다. 6·25는 공식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끝나지 않았다. 종전(終戰)선언이나 평화협정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휴전상태로 봐야 정확하다. 최근 북한의 1, 2차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끊임없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입과 무력사용 위협은 6·25가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1999, 2002년 두 차례의 연평해전은 국지전(局地戰)이었지만 남북 쌍방에 수십 명의 인명 피해와 함정의 침몰, 파손을 가져온 엄연한 전쟁이었다.
▷정전협정의 정식 이름은 ‘국제연합(유엔)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마크 W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과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이 협정문서에 최종 서명했다. 이 협정은 1991년 한국군 장성이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로 임명된 뒤 북한과 중국이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7월 27일은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적화(赤化) 위기에서 유엔군의 도움으로 대한민국을 지켜낸 소중한 날이다. 그런데도 국군 참전용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행사도 없고 태극기마저 게양하지 않는다. 반면 북은 정전협정 20주년을 맞은 1973년부터 7월 27일을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일’로 지정했다. 43주년인 1996년부터는 10대 명절로 정해 아예 공휴일로 만들었다. 전승일(戰勝日)이라는 거짓 주장도 가증스럽지만 아무런 생각이 없는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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