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엔화 강세로 일본인을 필두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관광경쟁력은 그리 높지 않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09년 관광경쟁력 지수에서 전체 133개국 가운데 31위를 차지했다. 같은 아시아권인 홍콩(12위)이나 일본(25위)에 비해 낮은 순위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한 지난해 10월 이후 국내인의 해외 관광이 급감하면서 한때 연간 100억 달러를 넘던 관광수지 적자가 흑자로 개선되었으나 무엇보다 환율 효과의 덕이 컸다.
▷관광의 매력이 오직 자연자원이나 문화유산에만 있는 건 아니다. 세계문화유산 44개를 보유해 이 분야 세계 1위인 이탈리아는 WEF의 관광경쟁력 집계에서 우리보다 조금 나은 28위에 그치고 있다. 우리의 관광 여건은 그리 나쁜 편이 아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을 10개 갖고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 정보통신과 대중교통의 인프라, 높은 치안 수준을 자랑한다. 문제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과 외국인을 대하는 국민의 태도, 소프트웨어에 있다.
▷신임 이 사장은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3%의 지지로 ‘가장 한국적인 세계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그는 이 결과를 두고 “한국 생활 30년이 넘었는데도 사람들은 아직 나를 외국인으로 본다”며 ‘코즈모폴리턴 의식의 결여’를 아쉬워했다. 문화적 자존심이 높은 프랑스가 정명훈 씨에게 바스티유오페라 지휘를 맡긴 것처럼 국립국악원장을 외국인에게 맡기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한국적 관광 콘텐츠 개발과 개방 마인드를 강조한 그가 외국인의 눈높이에서 우리 관광의 경쟁력을 높여 주기를 기대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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