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신 귀화인 이참 씨가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됐습니다. 한국관광공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있는 공기업입니다. 해외 관광객을 국내에 유치하는 전략을 세우고 관광산업을 지원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에게 국내 관광산업을 진흥시키라는 임무를 맡긴 것입니다.
이 사장은 외국 관광객 입장에서 관광공사를 이끌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국인 눈에는 안 보이는 국내 관광의 단점들이 그에게는 보일 수 있습니다. TV에 자주 모습을 비쳤던 그는 방송활동 이외에도 기업체와 대학 강의 등 다방면에서 일을 해 왔습니다. 1978년 한국에 정착한 이후 30년 넘게 한국에서 살아온 경험도 큰 자산입니다. 정부는 그의 독특한 이력을 높이 산 것입니다. 실용을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가 외국 출신이라도 능력만 있으면 기용하는 선례로 볼 수 있습니다.
공기업 사장에 외국 출신이 발탁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참 씨의 임명은 우리가 다문화 사회로 향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 여성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들 사이에 2세들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외국인에 대한 우리의 태도도 전과 달라진 듯 합니다. 과거에 비해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들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더욱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이들이 한국 사회에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우리에게 이익이 됩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앞으로 이참 사장 같은 외국 출신이 공직에 더 기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료적 분위기가 여전한 공기업에서 이참 사장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마음도 없지 않습니다. 그 역시 최고경영자로서 능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조직 내에서도 그에 대해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국제화 시대를 맞아 관광은 중요한 외화 획득 수단입니다. 얼마 전까지 우리의 관광 수지는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외국 관광객 유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관광 자원과 인프라 측면에서도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습니다. 그가 한국 관광산업을 어떻게 바꿔낼지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