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미국 대학의 등록금은 매우 비싼 편이다. 한국 대학생들이 ‘연간 등록금 1000만 원 시대’라며 집단시위까지 하지만 미국 사립대의 연간 등록금은 4만∼5만 달러(약 5000만∼6250만 원)에 이른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의 56%가 학자금 대출에 의존한다. 대학 중퇴나 사회에서의 낙오로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도 수십만 명에 이르러 정부 재정에 부담을 안긴다.
▷학창 시절 학자금을 빌리고 취업 후 소득이 일정 수준이 되면 갚아나가는 새로운 학자금 대출제도가 내년에 도입된다. 이 제도 채택에 앞장섰던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 대학 등록금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재학 중에는 이자도 안 붙는다. 연 200만 원까지 생활비 대출도 받을 수 있으니 희소식이 틀림없다. 소득이 낮은 가정의 학생들이 대상이므로 교육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연평균 1조5000억 원에 이르는 재원을 정부가 채권 발행을 통해 마련한다고 하니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대학 무상교육을 실시했던 나라들이 유상교육으로 전환하면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를 모델로 삼았다. 대학 진학률이 83%나 되는 상황에서 높은 등록금 문제에 나라가 모른 척할 수 없는 사정이 이해되지만 심각한 청년실업을 생각할 때 대출금 회수가 우려되기도 한다. 정부가 “가난해서 공부 못했다”는 소리가 더는 안 나오게 하겠다며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한 만큼 대출금을 잘 갚는 것은 국민과 후배들에 대한 수혜자들의 의무일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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