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의료서비스를 산업으로 인식하는 데 많이 늦었다. 태국 싱가포르 인도 말레이시아는 세계 의료관광객 유치에 열심이었다. 태국의 한 병원은 환자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다. 우리는 그동안 무관심했다. 한류 드라마 덕에 한국의 성형수술 실력이 입소문을 탔음에도 환자 유치로 연결하지 못했다. 의료법(27조 3항)이 환자를 의료인에게 소개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해온 것도 한 원인이다. 피부관리 정형외과 치과 심혈관 장기이식 등의 분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의료기술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행정규제 등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의료관광객에 대한 국내 병원들의 서비스가 작년부터 크게 바뀌었다. 외국인 단체 환자가 오면 병원장이 맞이하고 상대국 국가를 연주해 주기도 한다. 정부는 올해 들어 의료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의 하나로 꼽았다. 의료법 개정으로 5월 1일부터 해외 환자에 병원 홍보가 가능해졌다. 의료관광비자가 5월 11일 신설돼 국내 병원에 예약한 해외 환자의 입국이 쉬워졌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5월 서울대병원 등 6개 의료기관의 해외 환자가 작년 5월에 비해 41% 증가했다. 1∼4월의 32% 증가율보다 높다.
▷세계 의료관광 시장은 2012년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시장에서 40개국이 경쟁을 벌인다. 우리나라는 국제적 인지도가 낮고 의료분쟁에 대비한 법규도 미비하다. 홍보력도, 의료기기산업 경쟁력도 낮다. 인도 태국은 외국인 부유층 환자를 우대해 우수의료진을 투입한다. 그러고도 관상동맥우회술의 경우 치료비가 미국의 10% 선으로 우리보다 훨씬 싸다. 한국은 무엇을 강점으로 내세워 어느 시장을 파고들지 구체적 전략과 실행력이 긴요하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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