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니컬러스 크리스토프]이젠 北에 채찍을 들 때다

  • 입력 2009년 8월 14일 02시 54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 중이던 여기자들을 구출해 내자 더 골치 아픈 문제가 시작됐다. 북한이 독재국가 미얀마(옛 버마)로 핵무기 기술을 이전하고 있고 시리아에 원자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징후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나는 평양을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젠 어쩔 수 없이 채찍질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미얀마의 망명 인사들은 북한이 보낸 원자로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북한이 시리아에 제공한 것과 같은 종류다. 망명객들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아시아에 정통한 학자 데즈먼드 볼 교수와 미얀마에 정통한 기자 필 손턴이 공개한 보고서에서 주장한 대로 미얀마는 2014년부터 매년 한 개씩의 핵폭탄을 생산할 수 있다.

의심은 틀릴 수 있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망명 인사들의 보고서가 그랬다. 그러나 시리아의 북한산 원자로(2007년 이스라엘 폭격에 파괴됨)가 우연히 정보기관에 포착된 뒤 이제는 최근의 보고서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의 미얀마 핵무기 기술 이전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섬뜩하게도 북한은 핵 관련 사실을 스스로 알렸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아시아 문제를 맡았던 마이클 그린은 2003년 3월 북한 고위관계자가 미국 관료들에게 “북한은 핵 억지력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적대정책을 멈추지 않는다면 핵 억지력을 과시하고 확산시키고 이전하겠다고 했다는 얘기다. 그린은 “북한은 그대로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한때 북한을 달래는 외교정책에 희망이 있어 보였지만 이제 희망은 사라졌다. 전직 국무부 고위관리였던 미첼 라이스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포용정책은 얼마 동안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지만 상황은 변했다. 따라서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포용정책을 주장했던 그는 이젠 필요하다면 군사력으로 뒷받침되는 강화된 제재조치와 같은 ‘단호한 봉쇄 정책’을 지지한다.

북한은 협상을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핵 기술 이전에만 관심을 보인다. 올해 스티븐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을 거절했고 6자회담에서 핵 이슈를 다루는 것도 거부하고 있다. 대신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것을 전제로 미국과 양자 대화를 원한다. 이는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최근 북한은 한국과의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폐지했다. 반면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계속 찍어내고 있다. 파키스탄 등의 북한 대사관은 마약과 술 등을 밀수입해 돈벌이를 한다. 북한은 역사상 최고의 전체주의 국가다. 바람직한 선택은 없고 북한 내부의 혁명은 불가능해 보인다.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지도는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도보다 높다.

최선은 경제 문화 교류와 함께 의전이 아닌 실질적 내용에 초점을 맞추는 비공식 대화를 포함해 협상을 계속 지원하는 것이다. 물론 호된 채찍질이 필요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수년 전에 북한 체제를 압박하는 데 성공적이었던 경제 및 금융제재를 다시 꺼내 들기 위해 국제적인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이번에는 놀랍게도 중국이 협조적이다.

북한이 미얀마나 이란으로 핵 물질이나 핵개발 기술을 옮기는 배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면 우리는 그 배에 올라타야 한다. 매우 극단적 조치지만 이란이 시간을 벌면서 북한으로부터 핵무기를 사들이기로 했다면 그건 악몽이다. 그런 일은 용납할 수 없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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