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02년 기술도 없이 나로호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돈을 주고 선진기술을 사오거나 어깨너머로 배워 ‘퀀텀점프(대도약)’를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2005년 파트너로 삼은 발사체 분야의 선진국 러시아는 기술을 주지 않았다. 러시아의 요구로 체결한 ‘우주기술보호협정’은 액체연료엔진 기술 이전을 금지해 한-러 간 기술종속이 굳어졌다. 우주기술 격차를 따라잡고 자립하기 위한 연구개발(R&D) 및 정치 외교적 측면지원이 절실하다.
▷엔지니어 출신의 한 중소 부품업체 대표는 “기술종속을 타개하자면 세계 흐름을 파악하고 수요를 예견해 미리 만들어보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종자(種子) 아이템으로 꾸준히 매출을 올리면서 지속성장 가능한 새 아이템을 발굴하는 선순환 사업구조가 긴요하다는 것이다. 종류가 수만 가지인 부품 분야는 중소기업도 R&D를 통해 세계 일등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일본 의존도가 매우 높다. 기술종속에 따른 비용은 특허료 및 사용료 수지 통계에 포함되는데 2007년 이 분야 대일 적자가 5억2000만 달러였다.
▷우리가 앞선 사례도 많다. 현대·기아자동차는 2004년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 도요타자동차로부터 하이브리드 엔진 기술을 제휴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당장은 도요타의 기술과 부품으로 손쉽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종속으로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를 악문 현대차 개발팀은 결국 액화석유가스(LPG)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에 성공했고 이를 장착한 차량을 올해 국내에 선보였다. 나로호의 거듭된 발사 연기는 기술종속의 비애를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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