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인터넷 뉴스 有料化

  • 입력 2009년 8월 26일 02시 55분


언론사들이 운영하는 무료 뉴스 사이트의 경영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유료화 바람이 불고 있다. 무료 뉴스 사이트들이 광고 수입만으론 적자를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브릴 등 미국의 전직 언론인 3명은 올해 4월 언론사와 유료 독자를 이어주는 ‘저널리즘 온라인’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이달 중순까지 신문, 잡지, 뉴스 웹사이트 등 모두 500개가 넘는 회사가 뉴스 공급회원으로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올가을 서비스를 시작할 이 회사는 열성 독자에게 연간 50∼100달러(약 6만∼12만 원)를 받을 계획이다. 일부 언론사만 유료화할 경우의 독자 감소 부담을 이 회사가 덜어준다.

▷세계 경기침체도 유료화 전환을 부채질한다.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은 내년 6월까지 영국의 더 타임스 등 자신이 소유한 언론사들의 인터넷 뉴스를 전면 유료화하겠다고 이달 5일 선언했다. 뉴스코퍼레이션은 경기 침체에 따른 광고 감소 탓에 6월로 끝난 2008 회계연도에 34억 달러(약 4조2100억 원)의 손실을 봤다. 머독은 비용을 들여 만든 뉴스 콘텐츠를 적자를 내면서 공짜로 서비스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공짜로 뉴스를 읽는 데 맛들인 사회 분위기에서 유료를 고집해 연(年)회원 11만7000명을 거느리고 있다. 머독 소유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인터넷판도 유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유료화에 실패해 2007년 무료로 바꿨는데 머독의 선언을 계기로 월 5달러의 구독료를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뉴스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인터넷에 무료로 공급하려는 언론사도 있겠지만, 뉴스를 공짜로 보는 풍토는 결국 뉴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언론사를 고사시켜 민주주의 발전까지 저해할 수 있다.

▷유료화 전환은 ‘양질의 콘텐츠는 돈을 내고 본다’는 인식이 확산돼 가능해졌다. 세계적으로 유료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가 널리 퍼졌고, 광고라도 봐주는 대신 무료로 동영상을 보는 훌루(Hulu)가 미국에서 인기다. 음악 동영상 e-북 등 돈을 내고 보는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선 지상파 방송의 프로그램을 유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가 최근 시작됐지만 뉴스 유료화 여건은 미흡한 편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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