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의 관계도 구두쇠-낭비벽 커플 같다. 2006년 미국 하버드대 경제사학자인 닐 퍼거슨은 차이메리카(China+America)란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중국이 수출한 상품을 미국은 수입하고, 중국이 저축한 돈을 미국에 꿔주면 미국은 또 그 빚낸 돈으로 소비하는 상호의존 및 보완관계다. 유가가 다락같이 올랐는데 돈이 흔하고, 경제는 놀랍게 성장하는데 물가가 안정됐던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는 사랑에 빠진 이들 연인 덕이었다. 2007년 미국의 집값 거품이 꺼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퍼거슨 교수가 최근 뉴스위크지에 “중국과 미국은 이혼으로 치닫고 있다”고 썼다. 중국은 알뜰하게 쟁여 둔 외환보유액(2조1000억 달러)의 가치가 떨어질까 봐 미국이 돈까지 찍으면서 재정지출을 늘리는 데 우려한다. 사치스러운 배우자에게 정나미가 떨어진 사람 같다. 5∼10년 내 중국이 자국 화폐를 세계의 기축통화 자리에 올려놓으려고 할 때가 완전히 거울을 깨고 갈라서는 날이다.
▷“그래서 차이메리카라는 이름을 붙였던 거다. 균형이 맞지 않는 관계는 결국 키메라(그리스 신화 속의 불을 뿜는 괴물)가 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신문인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퍼거슨 교수가 한 말이다. 수출 주도의 한국도 외부요인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국내소비 진작에 힘쓸 필요가 있다. 상극 부부 역시 키메라로 끝나기 싫으면 상대의 소비패턴과 비슷하게 가는 게 좋다. 글로벌 경제침체가 여러 관계를 시험하고 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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