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종군사진작가 피터 반 아그마엘의 작품이다. 그는 오랜 기간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미군부대를 따라다녔다. 책 속에는 곳곳이 피로 물든 바그다드 야전 병원 앞에 한 육군 대위가 지치고 쓸쓸한 표정으로 서 있는 사진도 있다. 아그마엘은 이 사진에서 의료진의 심리적 부담에 관심을 보였다.
“환자를 진료할 때 그들의 유머는 어두웠고 말투는 쌀쌀했다. 심하게 부상한 군인에게는 별명을 붙였다. 폭발물 사고로 온몸이 타버릴 정도로 화상이 심한 한 병사는 ‘찐득찐득한 사람’이라고 불렸다. 의사 중 일부는 (전쟁터에서 심하게 다친 병사들을 계속 봐야 하는 부담에) 진통제와 약물에 의존해야만 했다.”
아프간전쟁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해가 됐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라크전쟁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병사들을 죽느냐 사느냐의 위험한 주사위판에 몰아넣고 있다.
‘두 번째 근무, 나는 죽고 싶지 않다’라는 책의 제목은 이라크로 향하는 미군 중간기착지인 쿠웨이트 공군기지의 벽에 휘갈겨 써 놓은 낙서에서 인용했다. 하지만 어떤 이에겐 두 번째가 아니라 4, 5번째일지도 모른다.
미국의 젊은 전사들은 여러 차례 전쟁터에 나가야 한다. 전쟁터에 나갈 군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직접 군에 복무하지도 않고 후방에서 희생을 감수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전쟁비용을 충당할 세금을 내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자원자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할 뿐이다. “와, 멋지다. 가라. 만약 불구가 되거나 죽어서 돌아온다면 당신을 영웅으로 맞이할 것이다.”
미시간 주 플린트가 고향인 한 병장이 아프간 정찰기지의 침대에 누워 있다. 사진 속의 그는 용감한 터프 가이 같지만 사실은 걱정이 가득하다. “벌써 세 번째 근무다. 우리는 아프간 부대의 지원 역할을 맡았지만 아프간 병사들은 거의 정찰임무를 수행하지 않는다. 그들은 DVD를 보고 마리화나 피우는 것을 더 좋아한다.” 23일자 뉴욕타임스 1면에는 ‘해병대가 아프간에서 거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홀로 싸우고 있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미국인들이 이 전쟁에서 희생을 하지 않으려는 것은 분명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해외참전용사회(VFW) 모임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는 3억 명의 인구를 가진 나라지만 군인은 1%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군복무를 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군복무자들을 칭찬하려는 말이었다. 하지만 국가가 오랫동안 두 개의 전쟁을 치르면서 기꺼이 복무하려는 사람이 그렇게 적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미국은 아프간 수렁에 점차 빠져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VFW 모임 연설에서 아프간전쟁에 대해 “우리 안보에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이 전쟁이 그렇게 필수적인 것이라면 우리 모두 동참해야 한다. 일부 병사만 다시, 그리고 또다시 전쟁터로 보내면서 그들에게만 대단히 큰 짐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밥 허버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