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부터 야당의 의사당 점거 등으로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이던 미디어 관계법이 7월 22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사 경영 참여를 허용하는 이 법을 놓고 야당과 일부 신문 방송은 ‘여론 독과점’, ‘정권 홍보용’이라며 ‘언론 악법’으로 규정함으로써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동아일보사 독자위원회는 25일 ‘미디어 관계법과 언론 보도’를 주제로 미디어법의 실체는 무엇인지, 언론 보도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 봤다.》 미디어법 핵심은 다양한 정보의 선택권 보장 일부언론 ‘여론 독과점’ 근거없는 가설을 팩트처럼 보도 허위논리보다 글로벌 미디어산업 육성 대안 마련해야 ―7월 22일 국회에서 미디어 관계법이 통과됐습니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메이저 신문에서 나름대로 이 법의 진실을 전하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는 악법으로 호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행령이 나올 것이고 사업자 공고 선정 같은 스케줄이 연내에 잡혀 있는데 그 단계마다 이런 식으로 호도할 것 같습니다. 엇갈린 보도로 혼란스러울 독자들을 위해 오늘 이 자리가 미디어법의 진실을 다시 한 번 밝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최영훈 스탠더드에디터=동아일보는 외국의 사례를 객관화해 보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과거 동아일보는 동아방송을, 삼성그룹은 중앙일보와 TBC방송을 운영했으나 5공화국 철권통치하에서 신문 방송 겸영이 금지됐습니다. 동아일보는 그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또 전 세계적인 미디어 빅뱅 시대의 산업적 측면을 고려해 보도했습니다.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객관적으로 보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민웅 위원=자사의 경제적 정치적 이념적 이익에 도움이 되면 크게, 그렇지 않으면 축소하고, 묵살하고, 심지어 비난하는 ‘외눈박이 저널리즘’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면 공정 보도, 진실 보도는 설 땅을 잃고 언론의 신뢰가 떨어집니다. 그런 점에서 야당 및 일부 언론의 주장을 실증적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며 분석 비판한 동아일보의 기획 시리즈는 일부 아쉬운 점은 있으나 가장 나았습니다. 정성진 위원장=일련의 미디어법 개정은 미디어 개혁을 둘러싼 환경 변화, 독자 시청자의 다양한 정보 욕구라는 시대적 필요성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이용자는 다양한 정보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받아야 하고, 타성에 젖고 기득권을 독점적으로 누리고 있는 현상도 배제해야 할 필요에 따라 법 개정이 이뤄진 것입니다. 윤영철 위원=의견 과잉이나 근거 없는 예측 보도가 많아 독자들이 상당히 혼란스러워 했습니다. 예컨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를 빼고는 신방 겸영을 금하는 나라가 없다고 보도하는가 하면, 한쪽에선 허용하는 나라가 없다고 보도하니 독자들이 혼란스러워합니다. 또 여론이 독과점 된다는 것도 근거가 없고 검증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한데 마치 팩트인 것처럼 포장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진실은, 동아일보 기사에 나왔듯이 ‘규제는 하지만 원천적으로 막는 나라는 없다’라는 것입니다. 선진국들은 어떤 조건을 걸어서 사후 규제도 하고 구조적으로 사전 규제도 합니다. 우리는 어떤 조건도 걸어 놓지 않고 원천적으로 막은 것이죠. 그 ‘조건’ 때문에 논란이 인 것입니다. 이 위원=‘사실은 절반의 진실’이란 말이 있습니다. 사실 보도를 한 뒤 그에 대해 해석하고, 평가하고, 의미를 부여해야 진실 보도가 이뤄집니다. 진실 보도 이전에 사실 보도가 미흡했습니다. 정부 여당도 국민에게 사실을 제대로 알려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박태서 스탠더드에디터=기사가 나가면 바로 댓글로 토론을 벌이는 인터넷에서도 미디어법과 관련해 제대로 된 토론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정치 논리로 서로 편이 갈려 싸웠을 뿐입니다. 이런 현상 역시 누리꾼들이 사실 관계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김동철 스탠더드에디터=네이버의 뉴스캐스트에는 30여 개의 언론사가 순차적으로 노출되는데 소위 진보 매체가 상당히 많습니다. 기자가 몇백 명인 일간지와 몇십 명인 인터넷 매체가 똑같은 대접을 받게 되니 ‘언론 악법’이라고 표현한 기사들이 훨씬 많이 노출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윤 위원=인터넷에 그런 정서가 깔려 있기 때문에 ‘언론인의 자본 예속’, ‘여론 독과점’같이 검증되지 않은 예측이 먹혀들게 됩니다. 미디어 산업에 대자본이 들어오면 언론인들이 예속돼서 자율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며 더욱 편파적인 현상이 초래된다고 예측성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정 위원장=미디어법이 다양성을 확대하고 시장 질서를 도입함으로써 다양한 의견을 접할 기회를 보장해 주면 결과적으로 수요자에게 이익이 된다는 측면을 좀 더 부각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또 우리 국민의 수준이나 의식을 너무 저평가해서 ‘정부가 흑심을 가지고 한다’, ‘정권 홍보용 방송 통신사를 만든다’라는 식으로 보는 것은 왜곡이라고 생각합니다. 법 통과 과정에서 벌어진 행태가 키운 국회 불신, 정치 불신도 이 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고 봅니다. ―미디어법이 국회에서 가결되긴 했습니다만 민주당의 권한쟁의청구 등 후유증이 남아 있습니다. 정 위원장=헌법재판소에서 심의 중이므로 예측하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정치 문제를 정치 차원에서 풀지 않고 사법화하는 것은 헌재를 포함한 사법부에 부담이 되며, 정치권도 스스로 정치의 수준을 질적으로 격하하는 겁니다. 그보다는 통과 과정에서 타협책으로 나온 자본 참여 비율은 내용보다는 소유, 즉 구조를 규제해 어떤 가치를 지향하겠다는 취지인 듯합니다. 그러나 너무 기교적으로, 면피성으로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많습니다. 시청점유율 산출이 제대로 될지, 기술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이 위원=방법론상으로 간단치 않습니다. 신문의 구독률, 열독률과 TV 시청률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도록 하느냐는 문제입니다. 신문은 이성을 몰두해야 읽어 낼 수 있는데 영상물은 감성만으로도 읽어 낼 수 있습니다. 열독률과 시청률 가운데 어디에 얼마나 가중치를 주느냐, 어떤 방법으로 주느냐에 따라 무척 다른 결과가 나올 텐데 그걸 판별할 객관적이고 선험적인 기준이 없습니다. 방송법은 지상파의 신문 및 대기업 지분을 10%로 제한하고 경영권 행사는 2012년 이후에나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누더기 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원안이 많이 변질된 이런 법으로 어떻게 글로벌 미디어 산업을 키울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윤 위원=미디어법에 미디어다양성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돼 있습니다. 여기서 미디어의 다양성을 측정하고 여론 독과점도 연구할 텐데 다양한 의견을 보장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주사파까지 다양성으로 인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지 않는 수준에서 다양성의 개념을 새롭게 정리해야 합니다. 정 위원장=방송이 공공성 공정성 다양성 균형성 등을 지키면서 공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방송통신위원회가 독립적 중립적 기구로서 신뢰를 높여 가야 합니다. 프로그램 규제도 매체별로 차별화하고 마이너 업체에는 특성화 시책을 펴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참석자> ○ 위원장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 ○ 위원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 윤영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장 최영훈 편집국 스탠더드에디터 김동철 출판국 스탠더드에디터 박태서 동아닷컴 스탠더드에디터 ○ 사회 박명식 미디어연구소 소장